유아 중심 놀이 교육의 따뜻한 ‘안내자’
캄캄한 밤바다에 서 있는 것처럼 막막할 때, 한 줄기 등대 불빛이 돼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박명희 교사가 그런 존재다.
2020년도에 개정 누리과정을 현장에 적용할 시점에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인 혼란도 있었지만, 유아교육 현장에서는 교사 연수의
부족과 갑작스러운 교육과정 변화에 혼란을 겪는 교사가 꽤 많았다. 그는 기꺼이 혼란스러운 이들의 길잡이가 되었다.
한발 앞선 연수와 오래 지속해 온 연구로 유아 중심의 놀이 교육을 체화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그의 등을 보며 걷던 후배들이 그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걷고 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유아가 스스로 놀이하며 배운다는 점에 주목하여 유아가 주도하는 놀이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운영하는 놀이 교육과정이죠. 기존의 교사가 가르치고 전달하는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유아 자신이 놀이를 계획하고 제안하고 주도하니 유아 중심 학습이라고 할 수 있죠.
이때 교사는 유아들의 놀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유아들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통적인 교수·학습 방법과 다른 방식이라 제대로 안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개정 누리과정의 안정화를 위해 그는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그와 관련된 연수를 시작했다.
교사들에게는 유아가 중심이 되는 놀이 중심 교육과정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유아와 교사를 행복하게
하는 여러 놀이 방법을 수업 시연으로 지도했다. 학부모도 직접 만났다. 영천은 물론 청송, 경주, 청도 등
경북 전역의 학부모를 마주하며 유치원에서 놀이를 통한 배움과 성장에 대하여 그리고 유아 중심
놀이교육과정의 중요성을 안내해 주었다.
이렇게 ‘안내자’로 나서면서 누구보다 자신이 성장했다.
“지난해엔 경상북도교육청에서 ‘책 쓰는 선생님’으로 선정되어 「얘들아! 유치원에서 뭐 하니?」라는 제목의 개정
누리과정 놀이실행서를 썼어요. 놀이의 시작과 흐름을 따라가며 유아들의 놀이 성장과 배움을 기록한 책이에요.
유치원에서 무슨 놀이를 할까 궁금해하는 부모님이나 예비 교사들, 놀이의 가치를 고민하는 동료 교사들에게
‘작지만 큰’ 도움이 됐으면 해요.”
그의 ‘초심’은 놀이로 빛나는 유아의 눈망울에 있다
그는 유아교육의 본질이 ‘놀이를 통한 행복’이라 믿는다.
교사로서 각종 교육연수를 이수하며 자기 계발에 쉼 없이 몰두해 온 것은 바로 그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그림책을 활용한 하브루타 연극 놀이’는 오랜 연수와 연구 끝에 그가 직접 설계한 놀이 수업이다.
질문에 질문을 이어가는 ‘하브루타’에 그림책 내용을 연극으로 옮기는 놀이를 접목하자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엄청나게 발현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데 ‘놀이’처럼 좋은 게 없어요.
특히 유아 중심 놀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선택하기 때문에 자유와 책임을 배울 수 있죠.
양보와 협동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고요. 다툼도 종종 일어나지만 그 덕분에 화해하는 법도 스스로 깨달아 갑니다.
교사도 놀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해요. 그 안에서 함께 놀다 보면 아이들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광산에서 광물 캐듯 만날 수 있어요.”
그는 놀이 나눔 공동체와 학습동아리를 운영하는 주무자가 되어 동료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에도 크게 이바지해 왔다.
자신의 풍부한 교육 경험들을 기꺼이 나누고 동료들끼리 각자의 수업 내용을 공유하며 유아교육의 가치를 ‘같이’ 만들어 왔다.
유치원 바깥에서 자원봉사도 한다. 칠곡의 작은 도서관에서 한 달에 한 번 그림책을 활용한 하브루타 연극 놀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유아들과 마음을 따뜻이 나눠 왔다.
“2009년 경산 하양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발령받았을 때의 일이에요.
학부모를 초청해 저의 놀이 수업을 공개했는데 학부모께서 그 수업에 크게 공감해 주셨어요.
그 결과 매년 한 학급씩 증설했고, 2013년 마침내 특수학급을 포함한 단설유치원(경산꽃재유치원)을 개원했습니다.
농촌 인구 감소로 유아 모집에 애를 먹던 때라 그 보람이 매우 컸어요.”
유치원 교사의 초창기를 그는 요즘도 가끔 떠올린다.
놀잇감과 교구가 부족해 40명이 넘는 유아들과 논둑길을 함께 뛰어다니고, 길가의 풀꽃으로 왕관을 만들어 연극 놀이를 하던 시절.
환경은 비록 열악했지만 놀이가 있어 눈부신 날들이었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놀이로 빛나는 유아의 눈망울에 가슴이 뛴다.
내년이면 정년퇴임이지만 그의 ‘초심’은 아직 그 자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