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체육수업, 몸으로 부딪치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
상야분교장에 들어서니 작은 학교 특유의 정겨움이 느껴졌다. 수업이 끝난 시간이었지만 한쪽 교실에서는 아이들의 왁자한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우병호 교사는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모두 돌봄교실에 참여한다”라며, “놀이 활동, 미술 활동 등을 다 같이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작년부터는 인천시 장애인체육회가 주관하는 통합 체육수업학교로 지정돼 일주일에 한 번씩 전교생이 모여 운동을 합니다.
몸으로 부딪치는 게 확실히 효과가 좋아서,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 간의 정서적인 통합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래서 우리 학교에는 장애 학생의 소외 문제가 없습니다.”
통합 체육수업 학교로 지정되면서 다양한 스포츠 교구 및 장애인 체육활동 용품이 마련되었다.
덕분에 비장애 학생들에게는 장애인 체육활동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한편, 장애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는 경기 종목으로 수업 내용을 구성한다.
학생들은 하고 싶은 경기 종목을 직접 정하고 장애·비장애학생, 저학년·고학년 학생들이 다 같이 즐길 수 있도록 경기 운영 방식이나 규칙도 조정해 나간다.
인성 교육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다. 바른 인성과 배려심은, 장애·비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어릴 때 배워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2011년, 가정법원 보호소년을 상담·지원하는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어린 시절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인천가정법원 위탁보호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잘못을 저질렀지만 만 14세 미만이라 형사처벌 대신 보호관찰을 받는 촉법소년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정서적인 돌봄을 지원한다.
처음엔 무반응이던 아이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에 조금씩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볼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
한편, 지난해 3월에는 교내 학생봉사동아리 ‘상야RCY’도 조직했다. 장애학생이 포함되어 있어 외부 활동은 하지 않는 조건으로 단체 설립을 승인받았다고 한다.
편지쓰기, 텃밭 가꾸기, 학교 주변 환경정화 등 활동 범위가 넓지는 않지만 장애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의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애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과 기회
19년 차 특수교사인 그는 줄곧 부산에서만 근무하다 4년 전 이곳에 왔다. 대학에서 국어교육과 특수교육을 복수 전공한 그는 국어 교사 대신 특수교사의 길을 택했다.
처음에는 취업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에 행복해하는 자신을 보며 이 일을 천직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일반교사들이 장애 학생을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모든 걸 제 중심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무게중심을 아이에게 옮기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은 하루하루는 변화가 없는 것같지만, 일 년 전과 비교하면 분명 달라져 있어요. 더디고 느리지만,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장애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기회”라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기다리면, 비장애 학생들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하겠지만 분명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다양한 통합교육을 추진하고, 봉사조직을 만들어 장애 학생들을 적극 참여시키는 이유다.
아이들을 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는 지금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 통합이 사회 전체로 번져 나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아이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해서도 큰 어려움 없이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고, 나아가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그가 진심으로 꿈꾸는 아이들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