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아닌 삶으로 배우는 경제
따스한 햇볕 아래 파릇파릇한 채소가 텃밭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인천세원고등학교 바로 옆에 자리한 텃밭은 교사와 학생이 직접 작물을 재배하는 ‘생생상생 경제 체험 텃밭’ 이다.
‘생생상생’은 ‘생생한 체험으로 상생을 실천하라’라는 의미. 학생들은 이곳에서 손수 키운 수확물을 가족은 물론 주변 이웃들과도 나눈다.
밑줄 긋고 외우는 경제 지식이 아닌 생활을 통해 생산·소비·분배·나눔이라는 경제 현상을 체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육 실험은 어제오늘 시작한 일이 아니다.
정재만 교사는 강화고등학교에 재직했던 2008년부터 인천세원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지금까지, 마을 교육공동체와 손잡고 학교 텃밭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생활 속 경제 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
더불어 지역의 자연 자원과 문화재, 상품 등 주변의 이야기를 경제 수업에 접목해 지역 브랜드를 만들고, 특색있는 교내 대회와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최했다.
“어느 대학에 가도 경제학과, 경영학과가 있는데 고등학교에서 경제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은 불과 3퍼센트 내외입니다. 그런데 사회에 진출했을 때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력이에요.
수능 문제가 어렵다고 경제를 멀리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진정으로 학생들에게 보탬이 되는 교육을 하고 싶었던 그가 내린 결론은 ‘생활 속 살아있는 경제 수업을 하자’는 것이었다.
체험과 활동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은 물론, 직접 다양한 수업 자료를 만들었다. 더불어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학생들과 쌍방향 소통을 이어갔다.
멀리 가기 위해 함께 가는 교육
새로운 형식의 수업 모델을 적용하면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처음에는 학생들의 침묵을 깨트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정재만 교사.
하지만 애써 강조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자연스레 수업에 열의를 보이는 선생님의 정성에 반응했다.
학생 중심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 한경 청소년 경제체험대회대상과 대한민국경제교육대상 등을 휩쓸기도 했다.
다양한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의 자존감이 올라간 것은 물론, 실제 진학 성과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가끔 초청 강연에 나가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물고기 ‘코이’ 이야기예요.
코이는 작은 수족관에서는 5cm 내외로 자라지만 큰 강물에서는 120cm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주어진 교육 환경을 탓하기에 앞서 교육 환경을 바꾸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되묻습니다. 저 역시 ‘해 보기나 했어?’ 생각하며 실행에 옮깁니다.”
‘수업에는 왕도가 없다’는 생각으로 매일 배우고 가르치며 나누기를 놓치지 않았던 그에게 전해진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 소식은 관리자 진급을 앞둔 그에게 또 하나의 이정표다.
그러나 그는 관리자가 되더라도 ‘행복한 학교’의 기본을 잊지 않으려 한다.
“학생이 수업 받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통해 교사를 받아들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수업 시간에 들은 내용은 잊어도 교사의 잔상은 남습니다.
학교는 지식만을 전달 하는 곳이 아닙니다.
저와 함께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고민하겠습니다.”
진정으로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려면 주어진 여건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자주 묻는다.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이 같은 마음가짐은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수업 현장에서 한걸음 벗어나더라도,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은 그의 열정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