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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즐기는 이들의 이야기

생생지락(生生之樂)

“연극은 예술로 표현한 나의 소망”

극단웃는고양이 오수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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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무모하다고 말했다. 25년 간의 교직에서 명퇴하고 극단을 차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극단웃는고양이 오수현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다면 가장 성공적인 삶”이라고 말한다.

글 박지연 l 사진 성민하

우연에서 필연이 된 낯선 세계

처음부터 연극을 제작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저 젊은 시절부터 연극 관람을 즐기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오수현 회원은 교사가 되기 전 본 연극 ‘칠수와 만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당시 문성근 씨와 강신일 씨가 주연한 ‘칠수와 만수’라는 연극이 있었어요. 그 연극을 보고 상당히 매료됐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연극을 좋아만 했지 직접 극단을 차릴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죠. 그러다 명예퇴직 이후 이런저런 취미 활동을 하면서 2년쯤 흘렀을 때, 문득 연극이 정말로 해 보고 싶어졌어요.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말렸지만 저는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것도 모른 채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거죠.”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긴 오수현 회원. 다행히 아내는 큰 반대 없이 그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응원했다. 오수현 회원 본인뿐 아니라 영어 교사였던 아내가 은퇴 후 받은 퇴직금까지 털어 극단웃는고양이를 창단했다.
“제가 운이 좋았죠. 아내의 응원도 받으면서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공연 일을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2018년 처음 시작한 가족음악극 ‘고양이학교’는 작품성이 높다고 평가 받았지만 주요 관객층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인데 공연 시간을 잘못 선택해 모객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고양이학교’의 원작은 김진경 작가의 동화로 2011년 출간돼 국내는 물론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대만 등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환경문제를 흥미롭게 다뤘을 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배경이 오수현 회원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를 극단 웃는고양이의 첫 작품으로 선택했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고양이학교’는 호평을 얻었고, 그는 비로소 연극 제작자로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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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순간은 과정 그 자체

“2018년 ‘고양이학교’에 이어 2019년에는 ‘반디’라는 작품을 기획해 무대에 선보였어요. 시행착오를 거친 이후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만들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꽤 좋았죠. 2019년 12월에 막을 내렸는데 한 달 후에 코로나19가 터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극단은 2년 정도 휴식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제작자로서 힘든 시간일 수도 있지만, 당시를 회고하는 오수현 회원의 표정은 밝았다. 자신이 어떤 연극을 만들어갈지, 어떤 공연을 하고 싶은지 돌아보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또 해보고 싶은 연극을 더 단단하게 기획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가 지난해 무대에 올린 ‘별을 위하여’는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이 연극은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또한 오수현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주의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연극을 통해 조명하고 싶었다. 이 연극을 통해 오수현 회원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선사했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제재가 끝나면서 다행히 극장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객석이 가득 채워지면 정말 기분이 좋죠. 학창 시절 배운 연극의 3요소는 대본(희곡), 무대, 관객인데 당시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왜 ‘관객’이 포함되는지 알 것 같아요. 관객이 없다면 연극을 하는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연극을 하면서 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하나의 기획이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그 자체예요. 출연 배우들과 연출자, 스태프가 뜻을 모아 완성해 가는 과정이야말로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물론 극장을 꽉 채운 관객,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기립박수도 짜릿한 감동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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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하면서 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하나의 기획이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그 자체예요. 출연 배우들과 연출자, 스태프가 뜻을 모아 완성해 가는 과정이야말로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사회문제를 예술로 승화한 뜻깊은 연극

오수현 회원은 모든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그가 ‘반디’라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19년 이미 무대에 오른 바 있는 ‘반디’는 세대를 초월해 많은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돌아오는 10월 4일부터 다시 무대에 선보일 예정인 ‘반디’는 남동순 열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유관순 열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유관순 열사의 소꿉친구이자 이화학당 친구인 남동순 열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분은 유관순 열사와 함께 3·1운동을 하다 투옥돼 갖은 고문을 당하고 풀려난 이후, 독립운동 단체에 가입해 만주를 수없이 드나들며 독립운동에 매진하신 분이에요. 6·25전쟁 때는 종로에서 전쟁고아를 위한 고아원을 운영하셨고, 그렇게 평생 국가에 헌신하시다 100세가 넘어 돌아가셨죠. 이분의 이야기를 무대에 다시 올리려고 합니다. 7세 이상이면 누구나 볼 수 있어 아이와 부모,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3대가 함께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건강만 허락한다면 오랫동안 연극을 만들고 싶다는 오수현 회원, 앞으로 어떤 연극을 기획하고 있을까.
“지금 준비 중인 공연이 있어요. 제가 교사 출신이다 보니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게 되더군요. 특히 지난해 화제였던 ‘서이초 사건’이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예전보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이 더 심각해졌다고 느낍니다. 이 문제를 공연으로 만들어 널리 알리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교육 현장에서 오늘도 뜨겁게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고 계신 선생님들을 위로해 줄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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