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황해원 푸드 칼럼니스트
글 황해원 푸드 칼럼니스트
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만물이 움츠러드는 11월.
차가운 바닷바람과 물속 찬 기운을 받을수록 살이 토실토실하게 올라 맛과 식감이 더욱 좋아지는 것이 바로 굴이다.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 대표적인 식재료인 굴은 바닷속 바위에 울퉁불퉁하고 단단한 껍데기를 붙이고 자란다. 껍데기를 까면 부드러운 속살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석화(石花)라는 이름 역시 ‘바위에서 피어난 꽃’이라는 시적이면서 직관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굴은 다른 어류나 조개류에서는 찾기 힘든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니며, 일반 조개와
달리 조직이 매우 부드러워 입안에 넣으면 몇 번 씹지 않아도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굴은 특히 추운 겨울, 가장 신선할 때 그 자체로 즐겨야 제맛을 알 수 있다.
제철 재료만이 갖는 상징성과 생동감을 그대로 뽐내는 식재료인 만큼 겨울철이면 전국의 보쌈집은 서둘러 ‘굴보쌈’을 준비하고, 종로 보쌈 거리는 싱싱한
굴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굴보쌈 외에도 굴찜이나 생굴을 먹기 위해 해안 지역을 찾아다니는 마니아도
적지 않다. 겨울철 갓 딴 신선한 굴은 날것 그대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 향과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고,
고급 레스토랑이나 식당에서는 레몬이나 라임 등을 활용해 만든 상큼한 소스에 버무려 특별한 요리로 선보이기도 한다.
굴은 영양학적으로 ‘영양소의 집합체’라고 할 정도다.
단백질과 아미노산, 지방산, 당, 유기산, 무기질, 비타민 A·B₁·B₂·C·D·E 등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식재료이기 때문에 일종의 영양제 개념으로 생각하고 먹어도 좋다.
실제로 동양에서는 굴을 식용은 물론 약용으로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피부에 상처가 나거나 출혈이 생겼을 때 굴 껍데기를 불에 구워 가루로 만들어 발랐다.
두통이 있거나 장이 좋지 않을 때 굴을 껍데기째 달여 먹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글리코겐과 아연이 풍부해 원기 회복에도 탁월하니, 스태미나 식으로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생굴을 비롯해 굴찜이나 굴전, 굴국밥, 굴보쌈 등 굴로 완성할 수 있는 요리는
넘친다. 이번 겨울에는 굴로 특별한 요리를 해보는 건 어떨까. 정호영 셰프는 속 재료로 굴을 사용한 ‘굴만두’와 굴의 깊고 담백한 맛을 밥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굴탕밥’을 추천한다. 굴만두는 생굴에 진간장과 참기름, 그리고 부추나 숙주 등 채소를 넣고 버무린 후 만두피에 속을 채워넣고 빚어 굽거나 쪄서 먹는
요리다. 굴탕밥은 표고버섯, 양파, 청경채, 굴을 해선장이나 굴소스로 간하여 볶은 뒤 다시마 육수를 부어 끓이고 녹말물로 농도를 조절하여 밥과
함께 내는 요리다. 특히 굴탕밥은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줘
추운 계절에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정호영 셰프가 세 번째로 소개한 요리는 소고기굴말이로,
얇게 저민 소고기 안에 생굴을 넣고 말아 찜기에 5~10분가량 중불과 약불을 오가며 찌기만 하면 된다.
이때 소고기 부위는 지방이 적은 안심이나 목심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마블링이 화려한 등심, 살치살 같은 부위는 익힌 굴 특유의 향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재료 | 밥 2공기, 생굴 1/2컵, 표고버섯 2~3개, 청경채 3개, 양파 1/2개, 청·홍고추 1개씩,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시마 육수 1컵, 진간장 2큰술, 해선장 1큰술, 미림 2큰술, 녹말물 1~2큰술, 액젓 약간, 소금·후추 약간씩, 참기름·식용유 약간씩 |
• 재료 | 굴 200g, 대파 100g, 피자 치즈 1컵, 브로콜리 50g, 쇼트 파스타 50g,
레몬즙 약간, 파슬리 약간, 핫소스 약간 케첩 소스 재료 케첩 1/2컵, 우스터소스 1큰술, 다시마 육수 1/2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