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황연희
‘디토앤디토’ 취재기자 및 총괄이사이며,
신구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다.
배움이 있는 여행, ‘런케이션’이 뜨고 있다. ‘런케이션(learncation)’은 ‘배움’을 의미하는 러닝(learning)과
‘휴가·여행’을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을 합친 신조어다. 배움과 휴식이 공존하는 여행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런케이션을 단순한 유학이 아닌, 생애
전환기에 배움과 휴식을 병행하는 1박 이상의 여행 형태로 정의한다*.
팬데믹 이후 확산된 ‘워케이션(worcation)’을 발전시킨 런케이션은 여행지를 배움의 장으로 삼아 문화,
기술, 요리, 언어 등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면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는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보여준다.
한국관광공사는 런케이션이 관광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특정 연령층이 아니라 취미 여행을
선호하는 20~30대,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객, 구매력과 잠재력이 있는 시니어층 등 다양한
연령층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러닝 홀리데이 국내현황 및 유형분류’(2024. 1.)
런케이션의 유형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학교 연계 교육 여행인 ‘필드 트립’,
학생에게는 공부할 기회를, 학부모에게는 쉼의 기회를 주는 가족 단위 여행인 ‘스터디 & 스테이’,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추구하는 20~40대에게 적합한 ‘익스피리언스’,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특정 주제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로컬 문화와 사람을 경험하는 ‘K-로컬’ 등이 있다.
필드 트립은 교과와 연계한 테마별 현장 체험, 공정무역과 ESG를 배울 수 있는 친환경 공정 여행, 상호 지역
체험 및 교류를 위한 도농 연계 교류 여행, 일주일간 지역에서 생활하며 배울 수 있는 농어촌 마을 학교 등이
해당된다.
대학생들은 존재의 이유를 찾는 이키가이(ikigai)**를 기반으로 한 진로 탐색, 분야 간 융복합 여행, 로컬 콘텐츠
여행 등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액티브 시니어층에서는 지역 문화에 특화된 귀촌 여행이나 장인 학교 탐방,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사진 여행,
직업 교육 및 자격증 취득 캠프 등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다.
런케이션은 세계적인 추세다. 취미와 여행을 결합한 ‘러닝 홀리데이(learning holiday)’, 지역의 문화·역사·전통을
배우는 데 초점을 맞춘 휴가인 ‘에듀-베케이션(edu-vacations)’, 대학 입학 전이나 졸업 후 1년 남짓 기간을
활용해 다른 경험을 하며 재충전하는 ‘갭이어(gap year)’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키가이: ‘인생’을 뜻하는 ‘이키’와 ‘조개껍질’을 뜻하는 ‘가이’의 합성어로 인생의 즐거움을 의미
런케이션이 관광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각 지자체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런케이션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제주지역혁신플랫폼 대학교육혁신본부가 제주관광공사와 협력해 추진한
‘JOY RISing Project’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청년 주도의 런케이션 활성화를 목표로 대만 K-관광 로드쇼에서
학생들이 제주 런케이션을 홍보하고 인식 조사를 진행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숙박시설 ‘플레이스 캠프 제주’는 ‘NOT JUST A HOTEL’을 표방하며 2017년부터 바다 보석 만들기, 감귤 따기,
스쿠버다이빙 체험, 원데이 요가·쿠킹 클래스 등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고양시는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복 체험, 람사르 장항습지탐조대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포함한 ‘고양
런케이션’ 관광 상품을 출시했다.
서울관광재단은 ‘2024 서울 교육 여행 팸투어’를 통해 중국, 대만, 홍콩, 일본, 영국 등 7개국 교육 여행 전문가를
초청해 서울의 교육 여행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또 해외 K-컬처 팬을 위한 런케이션 관광 프로그램
‘K-컬처 캠프’를 운영 중이다.
런케이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자체뿐 아니라 많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자기
계발과 취미 확장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워크숍, 마스터클래스, 요가 리트릿, 현지 체험
프로그램 등 배움의 묘미를 느끼는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