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억하기
The–K 인터뷰 2

교실에서 만난 놀이의 기적

대구남덕초등학교 이인희 수석교사 이인희 수석교사는 ‘놀이’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인물이다. 학생들이 기다리는 수업, 웃음이 터져 나오는 수업으로 말이다. 뒤늦게 교사가 되어 ‘놀이’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학생들을 행복하게 하는 그를 만날 이유는 행복한 교실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너무도 충분해 보였다.
  • 글. 이경희
  • 사진. 김도형

놀까? 공부할까?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도 당연히 놀고 싶다. 하지만 놀면서 살기에는 아이들의 세상도 결코 녹록지 않은 법. 그렇기에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의무와 놀고 싶다는 본능은 늘 내면에서 충돌을 빚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인희 교사는 놀이와 공부를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교사이다. 실제로 그의 수업시간은 언제나 떠들썩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 때로는 일어나서 움직이고 바닥을 뒹굴며 친구들을 향해 내달리는 과정이 포함된다.
“저는 교대생 시절부터 놀이를 생각하고 상담을 생각했던 학생이었어요. 풍부한 교육을 위해선 놀이라는 요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당시 교대 과목에는 그런 커리큘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서점에 있는 놀이책들을 사고, 놀이 연수를 꾸준히 들으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 수업을 놀이와 연결시킬 수 있었죠.”
놀이 수업이 학생 시절부터의 의도였다니 범상치 않은 교대생이었다고 놀라자 이인희 교사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대기업을 다니다가 교사에 대한 꿈을 안고 뒤늦게 다시 수능을 봐서 교대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 전공이 섬유공학이었기 때문에 의류 기업에 입사했었습니다. 승진교육 때 진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잘하고 좋아하는 걸 찾는 시간에 ‘잘하는 건 학생들을 가르치고 노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건 학생들’. 이렇게 나가다 보니까 제가 저의 비전을 ‘21세기 최고의 교육자가 된다’라고 적었더라고요. 결국 10년 늦게 교사의 길로 접어들었으니 그 비전이 뜬금없는 소리는 아니었던 셈이죠.”
그가 수많은 학생을 설득해 온, 어른들조차 동화되는 따뜻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짓는다.

놀이의 힘, 자발성

이인희 교사는 놀이가 갖고 있는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작가이자 시인, 박물학자이자 정원사 다이앤 애커먼(Diane Ackerman)은 “놀이는 우리 뇌가 가장 좋아하는 배움의 형식”이라고 했지만 이인희 교사는 그 형식으로 위대한 결과까지 빚어내온 것이다.
“놀이는 일단 자발성에 기초를 두고 있어요. 인간의 본성에서 자유라는 걸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너 이거 먹어’라는 소리를 들으면 갑자기 먹기 싫어지는 경험을 해봤잖아요. 내가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어떤 몰입을 이끌어내고, 몰입을 오랫동안 할 때 어려운 것에도 도전할 수 있는 겁니다. 놀이는 그런 자발성, 학생들의 삶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노는 게 학생들의 삶이니까. 학생들이 막 놀다가 보면 어느 순간 수업에 푹 빠져 있는 거죠. 놀이의 그 자유로움에 대해서 저는 굉장히 좋게 생각합니다.”
그의 믿음은 놀이로 수업을 한다는 세간의 우려와 편견을 이겨내고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선택적 함구증으로 말을 하지 않았던 학생은 눈치게임을 하다가 기적처럼 입을 열었고, 폭력적인 성향으로 친구들과 관계 맺기가 어려웠던 학생은 가랑비에 옷 젖듯 따뜻한 학생으로 서서히 변해 갔다. 학생들이 변하니 학부모도 달라졌다. 학교와 교사를 믿고 따르게 된 것이다. 이쯤에서 드는 변함없이 세속적인 관심사를 질문한다. 놀이수업을 하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대한 궁금증이다.
“제가 담임을 맡았을 때는 그냥 일반적인 수업을 하는 반보다 저희 반 성적이 더 좋았어요. 왜냐하면 놀이를 통해서 성취기준에 도달하니까요. 만약에 원을 배운다고 하면 원의 성질 중에서 맞는 것에 우리 손뼉 쳐볼까? 원의 성질에 대해서 맞는 것을 발표해볼까? 우리 같이 한번 협력해서 알아보자. 이런 식으로 놀이를 통해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다 놀고 나면 학생들은 원의 개념에 대해 깨우치게 되는 거죠.”

내가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어떤 몰입을 이끌어내고,
몰입을 오랫동안 할 때 어려운 것에도 도전할 수 있는 겁니다.
놀이는 그런 자발성, 학생들의 삶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노는 게 학생들의 삶이니까.
학생들이 막 놀다가 보면
어느 순간 수업에 푹 빠져 있는 거죠.
놀이의 그 자유로움에 대해서
저는 굉장히 좋게 생각합니다.
행복한 교실을 꿈꾸는 교사

이인희 교사의 놀이수업은 어떨까? 오늘 수업은 사지가 없는 몸으로 전 세계에 꿈과 희망을 불어넣고 있는 ‘닉 부이치치’의 책을 읽고 난 뒤의 독후 활동이다. “닉 부이치치는 어떤 인물인가?”, “어린 시절의 닉 부이치치는 어떤 소원이 있었을까?” 이인희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이 사방에서 번쩍번쩍 손을 들었다. 교사의 설명이 아니라 학생들의 대답에서 닉 부이치치에 관한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우리가 걷고 싶어 했던 어린 닉 부이치치의 꿈을 실현시켜줘 보자. 일어나서 한 걸음씩 걸어볼까?”
보통은 움직이지 말라고 늘 주의를 들었던 수업 시간이지만 그의 시간은 다르다. 학생들 모두가 구령에 맞춰 한 발자국씩 교실 안을 누벼 본다. 닉 부이치치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놀이수업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말하기에 조금의 주저함이 없었다는 것. 놀이라는 아이템이 물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수업 사이사이에 끼어든다는 점이었다. 긍정을 이야기하다가 “나는 나를 사랑한다”를 돌림노래처럼 모둠별로 일어나 외치고, 친구의 발표 내용을 마치 연극처럼 바꿔서 해보는 등 학생들이 딴짓하기에는 이 수업이 진심으로 너무 재미있다. 수업을 마친 뒤 이인희 교사에게 궁극적인 목표를 물었다. 그가 놀이수업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은 학생들이 행복한 리더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리더란 앞에서 끌어당기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내 삶에 만족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나 자신을 사랑하는 그런 존재를 말해요, 그리고 놀이와 리더십이 어떤 형태로든지 좀 더 세상 밖으로 나와서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계속 고민을 하고 싶습니다.” 그가 또 푸근한 미소를 짓는다.
복도에서 만난 한 학생이 그에게 속닥거렸다. “선생님, 주말에 애들이랑 놀이공원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저희들이 지금 짝이 안 맞아요!” 쌤과 짝이 될 수 있다고 믿는 학생들, 언제든지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존재인 쌤. 놀이로 학생들을 온통 사로잡은 이인희 교사는 그렇게 완벽하게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낯선 방문객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인사하고 웃어주고 호기심을 보였던 그 착했던 학생들의 행복이 대롱대롱 매달려 끝까지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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