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채진서 l 사진 성민하
글 채진서 l 사진 성민하
양평생활문화센터는 카페처럼 편안한 휴식 공간과 강연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커뮤니티
활동과 강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양평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이곳을 찾아 사색, 독서, 담소,
모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윤익영 교수는 이곳에서 매주 특별한 미술사 강의를 한다. 그의 강의는 양평
시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민까지 찾아올 정도로 입소문이 나 있다.
윤익영 교수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거쳐 파리1 판테온소르본대학교에서 미술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양화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이론 강의를 맡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미술사나 이론을 전공한 전문가가 많지 않았고, 관련 자료도 부족했죠.
학생들에게 이론을 가르치려니 자료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계를 느끼고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죠.”
귀국 후 그는 창원대학교에서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평생 미술사를 연구하고 가르쳤다.
창원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유학 전 국내 유수의 미술대전에서 수상한 바 있으며,
198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호안 미로 국제 드로잉 대상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기도 양평에 터를 잡은 것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아내 덕분이다.
“서양화가인 아내의 작품 활동을 위해 일찌감치 이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창원대에 재직하는 중에도
양평과 창원을 오가며 활동했죠. 이곳에 활동 중인 작가가 많아 은퇴 후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되었어요.”
윤익영 교수가 작가들과 만남의 장을 생각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작가들에게 생각과 상상은 매우 중요합니다. 생각하지 않으면 창작할 수 없고 결국 한계에 부딪히게 되죠. 대화와 토론, 비평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아야 독창적 세계를 창조할 수 있어요. 그런 이유로 여러 작가와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몇몇 작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미술사 강의로 발전하며 일반인의 참여가 늘었고, 현재까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강의는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미술사뿐 아니라 건축,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문화 분야를 폭넓게 다룬 심도 있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강의를 들으러 온 분들은 대부분 각 분야의 전문가이고 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진 분들이에요. 각자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강의 중 실수를 하면 바로 지적을 받죠. 그래서 강의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을 맺을 수 있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윤익영 교수는 퇴직 후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미술사 연구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자료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 유학을 택해야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자료를 손쉽게 접할 수 있어 공부하는 재미가 더해졌다고 전한다.
“교수직에서 퇴직했지만, 연구자로서 정년이 없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퇴직 후에도 제가 하던 연구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어 행복해요. 이전에 공부한 것들을 다시 살펴보고 깊이 있게 분석하며 정리하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평생 축적한 지식을 지역 사회와 나누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할 줄 아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죠. 우리는 건강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만 신체의 근육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근육도 키워야 해요. 사유의 근육을 키우려면 누군가와 대화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은퇴 후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래 몸담았던 조직을 떠나면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러나 평생 축적한 지식을 지역사회와 나누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할 줄 아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죠. 우리는 건강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만 신체의 근육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근육도 키워야 해요. 사유의 근육을 키우려면 누군가와 대화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만과 편견에 빠지지 않으려면 늘 배우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윤익영 교수는 얼마 전부터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 젬베를 배우기 시작했다. 유학 시절부터 젬베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이제 강습을 할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
“마을 도서관이나 회관에서 만든 젬베 동아리가 있어요. 그곳에서 강습을 시작한 지 벌써 2년째입니다. 강습을 하기도하고 가끔 버스킹도 하는데 미술사를 강의할 때와는 또 다른 기쁨이 있어요. 커뮤니티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그 안에서 형성되는 인간관계와 즐거움도 다릅니다. 지역사회에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윤익영 교수가 은퇴 후 이웃과 함께하며 행복한 삶을 즐기는 데는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장기저축급여도 도움이 되었다. 바쁘게 살아온 시간 동안 미처 세심히 챙기지 못한 경제적인 부분에서 믿을 수 있는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퇴직 후를 미리 준비한다고는 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다행히 교직원공제회의 장기저축급여가 있어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죠. 매달 조금씩 저축하는 상품이라 크게 부담되지 않은 데다 금리도 높고 안전하니까 믿고 맡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은퇴 후에 든든한 노후 자금이 되었습니다.”
은퇴 후 공동체 속에서 어울리고 교류하면서 빛나는 노년의 삶을 그리고 있는 윤익영 교수는 “배울수록 편견이 줄기 때문에 더 관대해질 수 있고, 관대해질 수 있어야 비로소 어른이다”라고 말한다. 지역에서 예술을 매개로 한 소통의 장을 만들며 활기를 불어넣는 그는 관대함과 포용력을 지닌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