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의 협약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한국교직원공제회의 문해교육
지원사업은 학습자들의 생활 능력 향상과 사회활동 참여를 돕기 위해 교과서 및 교육 자원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특히 문해교육종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전국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들이 성인문해교과서를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여, 초등·중학 과정의 성인문해교과서를
무상 보급하고 있다. 2023년에는 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 한국문해교육협회, 전국야학협의회
소속 122개 기관에 총 57,250부의 교과서를 후원하여 학습의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지원 대상을 461개로 확대하여 12,700명에게 초등과정 교과서와
1,800명에게 중학과정 교과서, 총 1억 6,600만 원을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문해학습자가 학습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야학과 다문화 시설의 운영비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2023년에는 노성야간학교, 오뚜기일요학교, 서울샛별야간학교, 외국인비전센터, 다문화엄마학교 등 총 11개 기관에 3,700만 원의 운영비를 후원하며 안정적인 학습 환경을 조성했다. 2024년에도 10개 기관에 총 3,400만 원의 후원금을 지급했으며, 학습자 수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지원을 통해 문해교육 시설은 지역사회 내에서 중요한 배움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더 많은 성인 학습자가 배움의 기회를 얻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의 문해교육 지원사업은 학습자에게 단순한 교과서 제공을 넘어 학습의 기회를 넓히고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공제회는 앞으로도 성인문해교육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모두가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자신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심는 작은 배움의 씨앗들이 곳곳에서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글 이경희 l 사진 성민하
오늘은 노성야간학교 학생들이 졸업 사진을 찍는 날이다.
오전 9시가 되자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언니! 벌써 왔어요?”
“아니,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왔어?”
머리는 희끗희끗해지고 예전보다 다리에 힘도 덜 들어가지만,
활기 넘치는 에너지는 젊은이 못지않다.
졸업 사진을 위해 교복으로 갈아입은 늦깎이 학생들의 얼굴에 설렘이 가득하다.
교복을 입어보는 게 소원이었던 어린 시절,
남의 집 빨래를 해주며 담 너머로 본 학생들의 모습,
3교대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마주친 또래 친구들···.
가슴 깊이 부러움으로 남았던 그 기억들이 떠올라 잠시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한다.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 듯 예쁜 교복으로 갈아입은 학생들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노성야간학교 교사들과 신성민 교장이다.
이곳에 발걸음을 내딛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던 학생들이
마침내 졸업이라는 성취를 이루기까지의 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신성민 교장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노성야간학교는 의정부 지역 대학생이 중심이 되어,
학업을 이어갈 형편이 안 되는 청소년들에게 야학을 가르친 것이 그 시작이었죠.
학력이 인정되는 성인문해교육사업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현재는 성인을 위한 문해교육과 초·중·고등학교 이수 과정, 검정고시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성민 교장이 노성야간학교를 이끌게 된 것은 우연한 인연 덕분이다.
목욕 봉사를 하면서 의정부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또 다른 봉사처를 찾던 중 우연히 노성야간학교를 알게 되었다.
“성인 학습자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교육 봉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문해교육사 자격증과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차례로 취득했어요.
지금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평생교육학과 4학기에 재학중입니다.
저 역시 평생 배움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죠.”
신성민 교장에게 문해교육은 단순히 ‘글을 읽을 줄 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그는 배움의 기회가
부족한 이들에게 교육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고 비문해자들에게 자기 발전, 자아 존중, 개인의 자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일까? 신성민 교장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학생이 많다. 고등 검정고시에서 세 번이나 떨어지고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한 학습자, 90세가 넘은 고령에도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초등반을
꾸준히 다니고 있는 어르신 그리고 5년 전 중학교 졸업장을 얻기 위해 병상에서도 끝까지 학업을
이어갔던 학생도 기억에 남는다.
“그분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후 평생의 소원이었던 중학교 졸업장을 얻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마침내 졸업장을 들고 병실을 찾았을 때 그분이 보여준 미소는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인터뷰 내내 교실은 졸업생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로 가득 찼다. 노성야간학교가 이토록 즐거운
배움터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특별한 교육과정이 있었다. 바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다.
“영어 기초, 수학 기초, 영어 회화, 난타, 합창 동아리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습자분들이 어릴 때
누리지 못한 학교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더욱 유대감 있고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죠.”
물론 다양한 교육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점은
노성야간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신성민 교장에게 한국교직원공제회와의 특별한 인연은
언제나 감사한 일이다.
“저희는 학습자들에게 따로 후원금을 받지 않습니다. 졸업생들에게 자유롭게 CMS 형식으로
후원금을 받고 있어요. 자발적으로 내는 분이 150명 정도 되는데 사실 야간학교 운영에는 교재 등
학습과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직원공제회가 7~8년 동안 정말 많은 지원을 해주셨고, 그것을 발판으로 학교
운영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할 따름이지요.”
어떤 이들은 말한다. 노년의 어르신이 문해력 수업을 받고 학력 인정을 받는다고 해서 세상에 무슨
큰 기여를 하겠냐고 말이다.
“저희 학습자 중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업가나 건물주도 계십니다. 하지만 돈으로 얻는 기쁨은
잠시일 뿐, 배움을 통해 얻는 행복은 평생 지속됩니다. 공부는 자기 효능감과 자아 존중을 키우고,
나아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릅니다. 진정한 배움은 선의를 베푸는 길이죠.”
느리지만 더 깊고 단단하게 배움으로 자기 삶을 바꿔 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 노성야간학교의 존재
이유는 이미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