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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시즌 2’를 통해 본
이민자의 삶
OTT 속 세상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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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시즌 2’가 애플TV를 통해 공개되었다. ‘파친코’는 우리 민족의 굴곡진 역사와 개인의 삶의 애환을 다루며, 그중에서도 재외동포들의 정체성과 적응 문제를 중심으로 다문화사회 속 이민자의 삶을 탐구하는 데 큰 의미를 지닌 콘텐츠다. ‘파친코 시즌 2’를 통해 이민자들의 문화적 융합과 갈등에 대해 생각해 본다.

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 사진 출처 애플TV+

선자 가족 4대의 삶을 다룬 ‘파친코’

공개와 동시에 세계적 화제를 모은 ‘파친코’의 두 번째 이야기가 공개됐다.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가 2017년에 발표한 동명 원작 소설인 『파친코』는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이주했던 ‘선자’ 가족 4대에 걸친 삶을 다룬다. 일제 강점기, 간토 대지진, 광복, 6·25전쟁 등 굵직한 현대사를 지나면서 이민자들은 차별과 멸시, 정체성 혼란, 가난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파친코 시즌 1’은 선자가 어떻게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정착했는지 그 과정을 담고 있다. 선자가 도착한 곳은 조선인 밀집 지역인 이카이노(猪飼野)로, 이곳은 ‘돼지를 기르는 곳’이 라는 뜻을 지닌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지역이다. 선자의 디아스포라*는 바로 이곳에서 시작됐다. 그 해는 1931년이었다.
‘파친코 시즌 2’는 전쟁과 패망으로 혼란스러운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생존의 위협 속에서도 선자 가족은 서로를 격려하며 일본 사회에 적응해 나간다. 선자의 아들 ‘노아’와 ‘모자수’의 성장 그리고 선자의 옛 연인 ‘고한수’와의 인연도 중요한 줄거리를 이룬다.
*디아스포라: 특정 민족이 살던 땅에서 자의적, 타의적으로 떠나 집단을 형성하는 것

OTT 속 세상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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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로 성공해 고국의 산업화를 이끈 재일교포

“일본 사람들은 우리를 바퀴벌레라고 불렀지. 땅속에 다시 처박아야 한다며” 드라마 속 노부인은 과거를 회상하며 분노한다. 실제 재일교포들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조국의 말과 글, 풍습, 식문화를 지키고자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일본 사회의 차별과 냉대, 멸시는 심해졌다. 많은 재일 교포가 임시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파친코’는 마지막 생명줄 같은 일자리였다. 일본인들이 도박장인 파친코를 선호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일자리에 비해 수익이 높고 안정적이었다. 일본이 고도 성장하던 시기에 파친코 열풍이 불었고, 이를 기회로 일부 재일교포는 부를 일구는 데 성공했다. 선자의 둘째 아들 모자수도 파친코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아들 솔로몬을 미국 유학까지 보냈다.
부를 쌓은 재일교포들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기도 했다. 재일교포들의 요청으로 구로단지가 탄생했고, 구로단지의 성공으로 산업단지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재일교포들은 일본에서 기계를 도입해 섬유, 전기·전자, 화학, 비료, 금속 공장을 잇달아 고국에 설립했다.

OTT 속 세상03
OTT 속 세상03
재외동포 증가와 한국의 다문화사회 전환

일제강점기와 냉전, 탈냉전의 한가운데서 정치·경제적으로 격동의 역사를 보내면서 한민족은 700만 디아스포라라는 유례없는 재외동포를 갖게 됐다.
한국의 이민 역사는 18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난을 견디지 못한 한인들은 만주와 연해주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하와이와 멕시코로 노동 이주를 떠났다. 일제강점기에는 경제적 착취와 강제노동을 피해 많은 한인이 일본과 만주 등으로 떠났고, 이 중 일부는 스탈린의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 정책으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 정착했다.
1962년 「해외이주법」이 공포되면서 아르헨티나 등 남미 농업 이민과 독일의 광부 및 간호사 이민, 미국의 가족 이민이 대폭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재외동포들은 일본을 포함해 중국, 미국, 독립국가연합,** 캐나다 등에 폭넓게 퍼져 있다.
노동력을 해외로 송출하던 한국은 최근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재외동포 귀국과 결혼 이주민이 증가하면서 이제는 ‘수용국’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주를 희망하는 재외동포의 증가는 다문화국가로 전환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들은 민족적·문화적·역사적 동질감을 느끼고 있어 타 이민자들과 달리 적은 비용으로 사회 통합에 효율적 기여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외동포 통합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현지에서 오랜 삶을 살면서 외적 동질감과 달리 내적으로는 문화적·역사적 이질감이 커졌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만약 과거 재일교포가 겪었던 수준의 재외동포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면 사회 통합 비용이 더 증가할 수도 있다. 2024년 한국 체류 외국인은 약 264만 명으로 총인구의 약 5%(법무부 2024년 8월 통계 기준)이다. 재외동포의 통합 여부는 한국 사회의 다문화사회 전환이 연착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케이 로고 이미지
**독립국가연합: 구소련 해체 이후 연방을 구성하였던 10개 공화국들의 연합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