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현숙 | 사진 성민하
글 박현숙 | 사진 성민하
지난 11월 4일 오후 7시, 울산상공회의소. 직장인들이 일주일 중 가장 피로를 느낀다는 월요일이었지만 강연
시작 30분 전부터 400여 석이 가득 찼다. 울산대학교병원 직원이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강연에 늦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업무를 마친 후 서둘러 강연장에 왔다고 말한다.
최승현 아나운서의 소개와 함께 ‘북&JOY 저자 강연회’의 단상에 오른 오늘의 강사는 바로 아트스피치앤
커뮤니케이션 대표이자 스타 강사인 김미경 원장이었다.
30년간 강연 무대와 TV를 통해 사람들에게 용기와 도전, 열정을 불어넣어 온 김미경 원장은 18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자기 계발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마흔 살을 위한 자기 성장과 치유의 내용을 담은 책 『김미경의 마흔 수업』을 출간했다.
“이렇게 많은 분이 강연장을 찾아주셔서 놀랐습니다. 직장인들이 월요일 저녁 시간, 이곳에 온 건 그만큼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김미경 원장은 뜨거운 관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특유의 몰입도 높은 강연을 시작했다.
“여러분,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죠? 최근 그 변화를 실감할 계기가 있었어요.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입니다.
저는 팬데믹이 시작된 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요. 2020년 1월 20일, 그날 제 모든 강연 일정이 취소되었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개인 방송의 시대가 열렸고, AI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으로
탈중앙화가 가속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변화들 중에서도 가장 혁명적인 것이 하나 있어요. 바로 ‘수명
혁명’입니다. 1994년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은 28.8세였어요. 2024년 지금은 46.1세가 되었죠. 불과 30년 만의
변화입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40대는 평균 수명이 80세였던 30년 전의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안 돼요. 인생 후반전이 더 길어졌기에 이제는 열 일곱 살을 빼서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을 현실에 맞춰야 합니다.
이것을 ‘가치 나이’라고 하죠. 마흔인 분들 손 들어보세요. 이제 여러분의 가치 나이는 스물셋입니다!”
김미경 원장은 100세 인생을 하루 24시간으로 비유하며 설명하기도 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1년은 약 14분
24초에 해당하고 40세는 오전 9시 36분쯤에 해당한다. 성과를 내야 하는 시간이 아니라 이제 막 출근해 일에
집중하기 시작할 시간이라는 의미다. 올해 60세를 맞이한 그는 가치 나이로는 43세, 인생 시계로는 오후 2시
무렵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 원장은 중년은 더 이상 모든 것을 이루어야 하는 압박의 시기가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의
나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청중은 뜨거운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수명 혁명의 시대에 원하는 인생을 설계하는 시작점으로 김미경 원장이 강조한 것은 바로 ‘마음’이다.
“인간은 물질과 비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영양소를 섭취하며 몸을 유지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어요. 돌봄, 사랑, 연대감 같은 비물질적 에너지가 있어야 하죠. 그런데 이 에너지들도 엔트로피의
영향을 받습니다. 즉, 물질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무질서한 상태로 변한다는 의미입니다. 가꾸지
않은 화초가 제멋대로 자라듯 서로의 관계도 방치하면 무질서해지죠. 가족, 친구, 동료와의 관계가
돈독할 때 그 무질서도 다시 질서를 찾습니다.
성공한 스타트업 CEO로 활동할 때 저는 그것을 간과했습니다. 명예, 성공, 부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릴
때 필요한 ‘잇마인드(It-mind)’만 작동시켰어요. 그 결과 번아웃이 왔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으며,
마음이 공허해졌습니다. 그때부터 하루 30분에서 1시간씩 일기를 쓰며 가장 먼저 가족에 대한 성찰을
시작했죠.”
매일 일기를 쓰면서 그는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행복의 성장 동력을 발견했고, 이를 ‘딥마인드(Deep-mind)’라 이름 붙였다. 이 깊은 마음의 엔진을 작동시키면서 관계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가족과
더 잘 지내기 위해 출근하는 남편과 자녀를 신발장 앞에서 배웅하는 ‘신발장 인사’를 3주간 실천하며
관계가 돈독해졌고, 덕분에 건강도 회복되었으며, 행복도 한층 가까워졌다고 한다.
“여러분, 세상이 정의한 ‘잇마인드’에 휘둘리지 마세요. 마음 깊숙이 잠들어 있던 엔진의 스위치를 켜고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세요. 그때야 비로소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딥마인드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위해 매일
30분씩 일기를 써보세요.”
김미경 원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30분씩 일기 쓰기를 실천하라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쳤다. 이후
강연 시작 전에 받은 청중의 사전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40대에 셋째 아이를 임신한 직장인
여성, 맞벌이하는 아내와 갈등을 겪고 있다는 남성 등 다양한 고민이 이어지자, 김미경 원장은 매일
일기를 통해 ‘감사’와 ‘칭찬’을 발견해 볼 것을 권하며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북&JOY 저자 강연회’는 김미경 원장의 열정만큼이나 뜨거운 참석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끝났다. 청중은 아낌없는 박수로 강연에 화답했고, 강연이 끝난 후 늦은 시간 강연장을 떠나는
참석자들의 발걸음은 한층 가벼워 보였다. 김미경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며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그 여운은 오랫동안 참석자들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