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스페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혁신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가? ⑧

협업의 가치를 믿으며 나아가는
더불어 사는 힘

사회가 복잡해지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빈번히 발생할수록 사회 구성원들이 가진 시민 의식과 책임감의 가치는 더욱더 높아진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알 수 있었듯, 우리는 점점 더 촘촘하게 연결된 사회에 살고 있으며, 사회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긴밀한 소통과 협업을 해나가는 것이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 큰 힘이 된다.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에 더욱더 중요해지는 더불어 사는 능력, 우리는 이 능력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글. 김지영(교육 혁신 전문가, 창의적·미래지향적 교육디자인연구소 ‘TLP교육디자인’ 대표)
김지영 박사는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석사,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교육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리노이 주립대 교육 혁신 센터에서 다년간 교육 전문가로 재직하고, 고려대학교 대학교육개발원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수-학습 및 교육 혁신 전문가로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중등교육 과정 및 평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고, 숭실대학교에서 베어드교양대학 교육학 전공 교수/교육개발센터 책임 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수-학습 및 교육 혁신 분야의 업무를 해왔다. 「The–K 스페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지혜를 나누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위기를 극복해 개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교육 혁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DIGITAL NATIVE
코로나19 시대, 더 중요해지는 더불어 사는 능력

우리가 함께 코로나19라는 위기를 잘 이겨나가는 방법으로 ‘방역’을 빼놓을 수는 없다. 개인이 거리 두기 및 안전 수칙 등을 잘 지키게 하는 동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그중 가장 지속 가능한 힘을 발휘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 몬타나 주립대 심리학과 벤자민 우스터호프(Benjamin Oosterholf) 교수팀은 코로나19 시기에 청소년들이 어떤 동기를 가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참여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국가의 규칙이나 부모의 말을 준수해야 하니까’라는 생각보다 ‘사회적 책임이니까’라고 생각 하는 청소년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거리 두기에 어떤 동기를 가지느냐가 행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나 자신보다 모두를 먼저 생각하는 행동을 선택해야만 했다. 불편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했고, 사회의 안전을 위해 내가 원하는 것을 과감하게 포기해야만 했다. 이런 선택이 모든 사람에게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삶의 의존성을 더 깊게 깨달을수록 사회적 규칙을 지키거나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책임감은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능력이 아니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개인의 시민 의식이 사회 전체의 안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상호의존성, 시민의식, 사회적 책임감 등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더불어 사는 능력의 중요성을 깨닫는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협업의 기회와 함께 필요한 긍정적 협업 경험

더불어 사는 능력을 키우도록 돕기 위해 학교에서는 더욱더 협업과 소통의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다양한 상호작용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관계 맺음의 기술을 익힐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이러한 기술을 익힐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물론 다양한 협업 활동은 대면 학습 상황에서 좀 더 용이하겠지만, 비대면 학습 상황에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근 협업을 도울 수 있는 디지털 학습 도구들이 많이 상용화되고 있어서 상호작용과 맞춤형 서비스에 초점을 둔 학습 경험 플랫폼을 잘 설계한다면 비대면 상황에서도 다양한 협업 활동을 진행해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협업 활동을 설계하면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협업 기술의 가장 중요한 바탕은 ‘협업의 가치를 믿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협업의 시대」라는 책의 내용에 따르면 협업을 잘하는 조직 구성원들은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 핵심 믿음은 다음과 같다.

•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
• 함께 성공을 거둘 경우 혼자서 일할 때와는 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 협업을 통해 타인에게서 배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내 지식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핵심 믿음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바로 긍정적인 협업 경험에서 답을 구할 수 있다. 얼마나 협업을 많이 해보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긍정적 협업 경험을 가지고 있고, 협업에 대한 긍정적 가치를 믿고 있는지가 협업을 잘하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실제 협업에 대해 ‘불편하다, 피하고 싶다, 손해 본다’ 등의 부정적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꽤 많은데, 이는 이전에 부정적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면 학습 상황이든 비대면 학습 상황이든 우리가 협업 학습 경험을 설계할 때 ‘무엇을 하게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설계해야 학생들이 협업이 중요한 것이라는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게 될까?’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cooperation
시야가 넓어지면 마음도 넓어진다

더불어 사는 능력, 협업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나’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에서 늘 삐걱거리게 된다.
협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자신과는 다른 취향, 욕구, 관심, 경험, 가치 등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다. 그리고 그 넓어진 시각만큼 공감하는 힘도 커진다. ‘나’라는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우리’라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게 되면 공감의 회로가 더 쉽게 활성화된다. 공감 능력은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서 필수적인 능력이다.
「공감하는 능력」의 저자인 로먼 크르즈나릭(Roman Krznaric)은 공감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관심사가 모든 사람의 관심사가 아니며, 자신의 필요 사항이 다른 모든 사람의 필요 사항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매 순간 깨닫고 이를 행동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사는 능력, 협업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학생들이 협업 활동에 많이 참여 하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책이나 영상과 같은 매체를 활용해서 다른 사회,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의 회로를 많이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삶의 시야를 넓히는 경험은 어른들에게만 필요한 경험이 아니다. 더욱더 다원화된 사회에서 살아갈 우리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쌓아야 할 중요한 경험임을 깨닫고,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시야를 갖도록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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