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보배(「2025 미래 교육 대전환」 작가)
진로 교육은 직업 교육과는 다르다
진로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진로 연계학기제’나 ‘고교학점제’ 같은 굵직한 교육 제도들을 도입했다. ‘진로 연계학기제’란 초등, 중등, 고등 시기에 자신의 진로·진학 방향을 탐색하고 설계하는 학기를 운영하는 제도이며, ‘고교학점제’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해 졸업하는 제도다. 취지는 학생 개개인이 자기 잠재력을 발견하고, 자신의 진로를 이해하고 탐색하며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취지와 달리 이는 큰 오해를 낳기도 했다.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판단하기 어려운 어린 나이에 미리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진로 교육에 대한 오해다. 진로 교육은 어떤 직업을 가질지를 결정하여 시행하는 직업 교육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진로탄력성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진로 교육이란 직업 교육이 아니라 진로탄력성을기르는 교육이기 때문이다.진로탄력성, 왜 중요할까?
‘진로탄력성’이란 진로와 관련해 위기와 어려움이 닥쳐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극복해 내는 역량으로, 미국 심리학자 마뉴엘 런던(Manuel London)에 따르면 진로탄력성의 구성 요소는 긍정적 마음, 자기 주도성, 적응 유연성, 사회적 관계성으로 구성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래 사회의 예측 중 가장 정확한 것은 사회가 끊임없이 엄청난 속도로 변화한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고정된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실패하지 않고 성공에 이르는 길 또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진로에 대한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진로와 관련된 여러 실패를 이겨내는 힘, 즉 진로탄력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진로는 한번 결정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연속에서 건강하게 변화하고, 때로는 번복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초·중·고 시기, 진로 교육 어떻게 준비할까?
그렇다면 초등 시기 진로 교육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초등 시기에는 무엇보다 교사와 부모의 관찰과 관심이 중요하다. 이때는 학생의 능력에 대한 제한이나 선입견은 잠시 접어두고 학생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유심히 관찰한다. 학생이 던지는 질문을 경청하고, 학생이 의사를 표현할 때 집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다. 동기의 씨앗을 잘 관찰하고 이에 정성스럽게 물을 주는 것이다. 더불어 학생이 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방과후수업의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다양해졌다. 방과후수업에서 제공하는 활동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학생의 흥미와 관심사를 탐색해 보자. 학생의 관심사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도서관, 박물관 등의 연계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져본다. 이때 교사나 부모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학생의 의견을 적극 경청하고, 주의 깊게 반응한다. 결국 진로를 알아가고 찾아가는 것에서 학생 자신의 힘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좋아하는 것을 찾는 과정, 검사나 도구를 활용하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는 얼핏 쉬운 질문처럼 느껴지지만, 이는 성인에게도 절대 쉽지 않다. 특히 학생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이 뭔지, 좋아하는 것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머릿속으로 고민만 하면 절대 알 수 없다.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돕자. 때로는 환상을 가지고 선택한 진로를 경험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맞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보조적으로 적성 검사와 심리 검사 등의 도구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