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에 갑자기 ‘핑그르르’…
여름철 심해지는 기립성 어지럼증, 예방하려면?
여름철 뜨거운 햇빛 아래에 앉아 있다 일어날 때면 갑자기 머리가 띵하고 눈앞이 핑 도는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곤 한다. 이런 증상은 왜 생기는 걸까? 자칫 잘못해 쓰러졌다가는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예방할 방법은 없는 걸까?
글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여름철 잦은 기립성 어지럼증, 그 원인은?
여름철에는 기립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이 다른 계절보다 잦아진다. 기립저혈압은 의학적으로 일어났을 때 3분 이내에 수축기혈압이 20mmHg 혹은 이완기혈압이 10mmHg 이상 하락하는 질환을 말한다. 혈압이 낮아지면 뇌에 혈액이 도달하지 못해 어지럼증이 나타나곤 한다. 여름엔 열기를 방출하기 위해 혈관이 확장된다. 게다가 땀 등으로 체내 수분이 빠져나가 혈액 점도는 높아진다. 넓어진 혈관에 끈적해진 혈액이 순환하다 보니 혈압은 낮아질 수밖에 없어 기립저혈압 발병 빈도가 높아진다. 기립저혈압으로 어지럼증이 생기면 갑자기 일어날 때 세상이 핑
돌면서 눈앞이 캄캄해지곤 한다. 사람에 따라 두통, 목 뻣뻣함, 전신 무력감, 현기증, 소변이나 대변이 마려운 느낌, 소화불량, 실신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보통 수 초에서 수 분 내에 곧 가라앉기 때문에 방치하는 사람이 많은데 낙상으로 심한 부상이 발생할 수 있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기립저혈압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신경학적 원인과 비신경학적 원인으로 나뉜다. 신경학적 원인은 우리 몸의 혈압이나 맥박 등을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교란됐을 때 나타난다. 갑자기 혈압이 감소했을 때 알아서 맥박을 높이고 혈관을 수축하는 자율신경 반응이 작동하지 않는 것. 주로 노화, 당뇨, 파킨슨병 등으로 발생한다. 여름철 높은 기온으로 유발되는 기립성 어지럼증은 비신경학적 원인에 해당한다. 피로, 스트레스, 과도한 다이어트 등으로 혈액순환이 잘 안 되거나, 혈관확장제 복용으로 혈압이 낮아지는 것도 비신경학적 원인이다.
한편 어지럼증은 빈혈로 오해하기 쉬운데, 빈혈은 몸을 순환하는 혈액 속 적혈구 수나 헤모글로빈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빈혈이 있으면 혈액 속 산소 운반이 원활하지 않아 어지럼증보다 숨이 차는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노년층은 특히 위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신경학적 원인으로 이미 기립저혈압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여름엔 비신경학적 원인까지 더해져 증상이 더 심할 수 있다. 특히 조심해야 할 대상이 노년층이다. 실제로 전체 노인 인구의 약 10~30%가 이미 자율신경계 퇴행성 변화로 기립저혈압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노년층은 기립저혈압 증상이 위급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의료센터 연구팀이 연령에 따라 기립저혈압 발생 차이를 분석한 결과, 노년층은 몸을 일으킨 이후 혈압이 1분 이내에 빠르게 떨어질 가능성이 커 실신 등 위급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신으로 낙상하면 각종 골절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평소 기립저혈압을 앓고 있는 노년층이라면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을 권한다. 하체 근육이 부족한 사람,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을 먹고 있는 고혈압 환자 등도 주의해야 한다. 하체 근육이 부족하면 정맥을 압박해 혈액을 심장까지 올려보내는 기능이 잘 이뤄지지 않고, 고혈압약을 먹고 있으면 심박수 반응을 억제하고 저혈당 대사 반응을 약화시켜 기립저혈압에 대한 대처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운동이 예방 지름길
여름철 기립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것은 충분한 수분 보충이다. 탈수가 기립저혈압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이기 때문이다. 평소 200~250mL의 물을 하루 세 번 정도 마신다. 또 더운 환경에 있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만약 더운 환경에서 작업해야 한다면 다리 정맥혈의 정체를 막기 위해 압박스타킹을 신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 방법을 바꾸는 것도 좋다. 벌떡 일어나지 말고 중간에 한 번씩 쉬면서 최대한 천천히 움직인다. 온탕이나 사우나 등은 피하고, 탈수를 유발할 수 있는 카페인과 알코올도 가급적 섭취를 삼간다. 과식도 피해야 한다. 위장관으로 혈액이 몰려 어지럼증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심폐 기능을 향상하는 유산소운동과 혈액순환을 돕는 근육 발달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