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Magazine
Monthly Magazine
August 2023 Vol.72
행복 곱하기 아이콘 이미지

행복 곱하기

방방곡곡 숨은 명소

1년 중 비가 가장 빈번히 내리는 시기, 여름은 비의 계절이다. 장마철이 끝난 뒤에도 국지성 호우로 인해 요란스럽게 비가 쏟아지다가 또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말간 하늘을 드러낸다. 이럴 때는 하늘의 변덕을 피해 남도의 초록빛 녹음 속으로 숨고만 싶어진다. 보성읍 활성산 자락에 펼쳐진 차밭의 물결, 겸백면 수남리의 윤제림을 가득 메운 수국의 향기, 그리고 1800년대 지어 올린 고택 30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강골마을의 고졸한 멋까지. 그윽한 차향(茶香)의 고장 보성에서 슬기로운 여름휴가를 즐겨보자.

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 제공 보성군청

우인재 작가는 10여 년간 출판사에서 여행 콘텐츠 기획 및 취재를 담당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 가이드북 로스앤젤레스 편을 비롯해 대한생명, 교보생명, 외환은행 등 보험·금융사 고객용 여행 가이드북을 기획 및 제작했다. 또 월간 「DOVE」, 「모터트렌드」 등의 매체를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롯데백화점, 조달청, 롯데제이티비, LS전선 등 기업체 사보에 여행, 드라이브 원고를 기고했다. 현재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보성차밭전망대

청량한 초록빛으로 가득한 차밭 산책

녹차의 고향이라 불리는 전라남도 보성군은 수십 년 전부터 차밭 하나로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다. 보성읍에서 율포해수욕장 방면으로 18번 국도를 따라 달리면 어느덧 초록빛 차밭 이랑이 눈앞에 펼쳐진다. 보성에서 가장 유명한 차밭으로는 대한다업(주)의 ‘대한다원’이 손꼽힌다. 그중에서도 활성산 자락의 해발 350m 높이에 자리한 제1다원은 제주의 서광다원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명소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하듯 제1다원의 풍경은 오래전부터 TV 드라마와 신문, 잡지에 소개되며 널리 알려지면서 일찌감치 남도를 대표하는 여행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을 정도다.
대한다원 삼나무숲 대한다원 삼나무숲
차밭에 도착한 사람들은 통과의례처럼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울창한 삼나무 숲을 통과해야 한다. 늘씬한 삼나무들은 수십 년 전 차밭을 조성할 당시 편백나무, 주목, 은행나무, 동백나무 등과 함께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여름에도 삼나무 숲 안으로 한 발 들어서면 서늘한 기운이 더위를 식혀주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산책을 즐기며 차밭을 찾아가길 권한다. 물론 비 내리는 날 혹은 자욱하게 안개 낀 날도 좋다. 가랑비와 함께 안개가 내려앉은 삼나무 숲길은 더없이 신비로운 자태로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삼나무가 빽빽하게 도열한 길을 통과하면 눈앞에 마치 꿈결 한 자락 같은 초록빛 차밭이 펼쳐진다. 촉촉하게 비에 젖은 차밭은 마치 수채화처럼 투명한 풍경으로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진한 차향에 취해 차밭 사이를 걷는 일은 올여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차를 첨가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맛보는 일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차밭 아래 휴게소 겸 카페에서는 녹차 성분을 첨가해 만든 커피, 아이스크림 등을 맛볼 수 있다.
대한다원 녹차아이스크림 대한다원 녹차아이스크림
보성으로 떠난 차밭 기행에서 한 군데 더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삼나무 숲을 돌아 나와 율포 방면으로 조금 더 달리면 앞이 탁 트인 보성차밭전망대에 닿는다. 이 전망대는 대한다원 제1다원 못지않은 명성을 자랑하는 차밭으로 멀리 저수지가 보이는 언덕을 따라 차밭과 함께 귀여운 풍차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전망대에서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굽이치는 차밭을 따라 먼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잔잔한 남해와 함께 장난감 같은 마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보성차밭전망대는 바로 이 풍광 덕에 다양한 드라마와 광고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욱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율포해변에서 즐기는 건강한 물놀이

전망대에서 자동차로 불과 5분여 거리에 보성9경 중 4경에 해당하는 율포해수욕장이 있다. 득량만 안쪽 깊은 곳에 펼쳐진 율포해수욕장은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와 깊지 않은 수심, 해변을 둘러싼 해송 그리고 해질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황혼으로 인해 사계절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다. 여름철에는 바나나보트를 비롯해 각종 수상레저 시설이 들어설 뿐 아니라 넓게 펼쳐진 고운 모래톱은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해변 바로 뒤쪽에 들어서 있는 율포해수녹차센터에는 지하 120m에서 끌어 올린 암반 해수와 찻잎을 우려낸 녹차 물을 이용한 사우나 및 물놀이 시설을 모두 구비하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1층은 카페와 특산품 판매점, 2층은 사우나 시설, 3층은 아쿠아토닉 풀, 테라피 체험방, 야외 노천탕이 마련되어 있는데 특히 3층 외부에 조성되어있는 노천탕은 율포해수욕장을 바라보며 건강욕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보성군청이 직접 운영하는 만큼 이용료가 어린이 5,000원, 어른 7,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율포해수녹차센터 인근에는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율포오토캠핑리조트도 조성되어 있다. 20여 개의 카라반을 비롯해 스물세 곳의 데크 사이트, 일곱 곳의 대형 노지 사이트와 취사 및 샤워장, 화장실은 물론 주변에 풋살경기장, 농구장, 족구장, 야외공연장 등의 시설까지 갖췄다.
율포해수욕장 전경 율포해수욕장 전경 율포해수녹차센터 율포해수녹차센터

강골마을로 떠나는 조선시대 시간여행

최근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보성군의 새로운 명소로 주목받는 장소가 두 곳 있다. 호남정맥의 끝자락인 주월산 일원의 ‘보성강골마을’과 ‘숲정원 윤제림’이 바로 그곳. 득량마을이라고도 불리는 강골마을은 광주 이씨 집성촌으로 19세기에 지은 조선시대 고택 30여 채가 오봉산을 배경으로 모여 있는 전통 마을이다. 이준회고택, 이진래고택, 이정래고택, 아치실댁 등 수백 년 세월 마을을 지켰던 고택 사이로 난 돌담길을 걸으면 어느새 조선시대로 타임슬립이라도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촉촉하게 비에 젖은 능소화와 그 옛날 아낙들이 물을 길었을 오래된 우물, 고택으로 안내하는 초록빛 대숲은 고요한 마을을 동화 속 한 장면으로 만들어준다. 솟을삼문이 우뚝 서 있는 이진래고택 바로 앞 연못에는 샛노란 어리연과 함께 빛깔 고운 홍련들이 쏟아지는 빗줄기 아래 새초롬하게 꽃을 피웠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강골마을에서 열화정을 보고 가지 않는다면 헛걸음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열화정(悅話亭)은 조선조 헌종 11년 이진만이 후진 양성을 위해 지은 누정으로 ‘친척들과 정담을 나누며 기뻐하다’라는 도연명의 글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이름을 본떠 지었다고 한다. ‘ㄱ’ 자 형태의 소담한 건물은 전면으로 돌출된 형태의 누마루에 계자 난간을 둘러 사방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노거수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한낮에도 넉넉한 그늘을 드리워 준다. 또 건물 옆에 조성된 연못에는 고혹적 자태의 연꽃이 피어나 멋스러운 풍경을 완성한다. 결국 열화정의 이러한 풍경은 드라마 제작진의 눈에 들어 ‘신입사관 구해령’, ‘옷소매 붉은 끝동’ 같은 인기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기에 이른다.
이진래 고택 이진래 고택

형형색색 수국으로 가득한 힐링 숲

강골마을 북쪽에는 호남정맥 끝자락에 해당하는 주월산이 우뚝 솟아 있다. 바로 이 주월산 너머에는 숲정원 윤제림이 숨겨져 있다. 주월산과 초암산 사이 계곡에 들어선 윤제림은 산과 나무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아 대를 이어 가꿔온 숲이다.
열화정 열화정 수국원 수국원
무려 100만여 평이 넘는 넓은 땅에 50여 년간 인공 조림한 숲은 안개나무원, 수국원, 구절초원, 억새원, 야생화원 등의 공간으로 나누어 관리되고 있는데, 여름철에는 수국원에 반드시 들러야 한다. 4만 주에 달하는 형형색색의 수국이 산자락 경사면을 따라 빼곡히 심어진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 비라도 오는 날이면 수국 사이로 가족과 연인들의 우산이 머리만 내민 채 산책하는 모습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한 것만 같다. 싱그러운 차밭에서 시작해 고즈넉한 전통 마을을 거쳐 비 내리는 날 더욱 운치 있는 수국의 숲까지. 청량감 넘치는 여름날의 남도 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들로 아로새겨지며 끝을 맺는다. 케이 로고 이미지
숲정원 윤제림 숲정원 윤제림
보성으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

남도 땅의 풍요로움 가득한 상차림

  • 갯벌에서 캐낸 바다의 별미 벌교 꼬막

    보성 앞바다를 품은 남해안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갯벌 지대가 잘 발달한 지역이다. 특히 벌교 갯벌에서 나는 꼬막은 육질이 단단하면서도 쫄깃하고 단맛이 강해 미식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던 8품 중 하나인 벌교 꼬막은 필수아미노산과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간 해독과 몸을 보하는 데 좋은 먹거리로 알려져 있다. 끓는 물에 삶아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삶은 꼬막부터 꼬막전, 회무침, 꼬막탕수육, 꼬막된장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먹을 수 있어 더욱 구미가 당기는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
  • 맛과 건강까지 잡은 녹차떡갈비

    녹차의 고장 보성에 왔다면 맛과 건강까지 잡은 녹차떡갈비를 꼭 한 번은 맛봐야 하지 않을까? 떡갈비는 남도를 대표하는 먹거리로 꼽히는 메뉴다. 바로 이 떡갈비에 보성 특산물인 녹차를 가미해 만든 먹거리인 녹차떡갈비를 추천한다. 녹차를 먹여 키운 돼지와 한우를 이용해 특화한 녹차떡갈비는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찻잎을 첨가해 고기의 잡내를 잡아주고 육질도 더욱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뿐 아니라 녹차 속 카테킨 성분이 기름기까지 잡아줘 느끼한 맛을 감소시켰다고. 실제로 녹차에 포함된 카테킨 함량은 10~18%에 달하는데, 이는 항암 효과는 물론 알레르기 억제, 충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 남도의 넉넉한 인심 담아낸 한정식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처럼 모든 물산이 넉넉했던 남도에는 예부터 먹거리도 넘쳐났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전라남도의 평야를 차지하려 한 것 역시 남도를 식량 보급창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남도 땅은 예부터 기름진 토질의 너른 평야를 보유했을 뿐 아니라 청정 바다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까지 더해져 팔도에서 먹거리가 가장 풍요로운 지역이었다. 한정식은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넉넉한 상차림이 돋보이는 코스로, 보성 특산물인 녹돈을 비롯해 문어, 낙지, 제철 생선회, 멍게, 해삼, 꼬막 등 싱싱한 재료가 총동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