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 제공 보성군청
청량한 초록빛으로 가득한 차밭 산책
녹차의 고향이라 불리는 전라남도 보성군은 수십 년 전부터 차밭 하나로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다. 보성읍에서 율포해수욕장 방면으로 18번 국도를 따라 달리면 어느덧 초록빛 차밭 이랑이 눈앞에 펼쳐진다. 보성에서 가장 유명한 차밭으로는 대한다업(주)의 ‘대한다원’이 손꼽힌다. 그중에서도 활성산 자락의 해발 350m 높이에 자리한 제1다원은 제주의 서광다원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명소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하듯 제1다원의 풍경은 오래전부터 TV 드라마와 신문, 잡지에 소개되며 널리 알려지면서 일찌감치 남도를 대표하는 여행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을 정도다.율포해변에서 즐기는 건강한 물놀이
전망대에서 자동차로 불과 5분여 거리에 보성9경 중 4경에 해당하는 율포해수욕장이 있다. 득량만 안쪽 깊은 곳에 펼쳐진 율포해수욕장은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와 깊지 않은 수심, 해변을 둘러싼 해송 그리고 해질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황혼으로 인해 사계절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다. 여름철에는 바나나보트를 비롯해 각종 수상레저 시설이 들어설 뿐 아니라 넓게 펼쳐진 고운 모래톱은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강골마을로 떠나는 조선시대 시간여행
최근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보성군의 새로운 명소로 주목받는 장소가 두 곳 있다. 호남정맥의 끝자락인 주월산 일원의 ‘보성강골마을’과 ‘숲정원 윤제림’이 바로 그곳. 득량마을이라고도 불리는 강골마을은 광주 이씨 집성촌으로 19세기에 지은 조선시대 고택 30여 채가 오봉산을 배경으로 모여 있는 전통 마을이다. 이준회고택, 이진래고택, 이정래고택, 아치실댁 등 수백 년 세월 마을을 지켰던 고택 사이로 난 돌담길을 걸으면 어느새 조선시대로 타임슬립이라도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촉촉하게 비에 젖은 능소화와 그 옛날 아낙들이 물을 길었을 오래된 우물, 고택으로 안내하는 초록빛 대숲은 고요한 마을을 동화 속 한 장면으로 만들어준다. 솟을삼문이 우뚝 서 있는 이진래고택 바로 앞 연못에는 샛노란 어리연과 함께 빛깔 고운 홍련들이 쏟아지는 빗줄기 아래 새초롬하게 꽃을 피웠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강골마을에서 열화정을 보고 가지 않는다면 헛걸음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형형색색 수국으로 가득한 힐링 숲
강골마을 북쪽에는 호남정맥 끝자락에 해당하는 주월산이 우뚝 솟아 있다. 바로 이 주월산 너머에는 숲정원 윤제림이 숨겨져 있다. 주월산과 초암산 사이 계곡에 들어선 윤제림은 산과 나무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아 대를 이어 가꿔온 숲이다.갯벌에서 캐낸 바다의 별미 벌교 꼬막
보성 앞바다를 품은 남해안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갯벌 지대가 잘 발달한 지역이다. 특히 벌교 갯벌에서 나는 꼬막은 육질이 단단하면서도 쫄깃하고 단맛이 강해 미식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던 8품 중 하나인 벌교 꼬막은 필수아미노산과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간 해독과 몸을 보하는 데 좋은 먹거리로 알려져 있다. 끓는 물에 삶아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삶은 꼬막부터 꼬막전, 회무침, 꼬막탕수육, 꼬막된장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먹을 수 있어 더욱 구미가 당기는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맛과 건강까지 잡은 녹차떡갈비
녹차의 고장 보성에 왔다면 맛과 건강까지 잡은 녹차떡갈비를 꼭 한 번은 맛봐야 하지 않을까? 떡갈비는 남도를 대표하는 먹거리로 꼽히는 메뉴다. 바로 이 떡갈비에 보성 특산물인 녹차를 가미해 만든 먹거리인 녹차떡갈비를 추천한다. 녹차를 먹여 키운 돼지와 한우를 이용해 특화한 녹차떡갈비는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찻잎을 첨가해 고기의 잡내를 잡아주고 육질도 더욱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뿐 아니라 녹차 속 카테킨 성분이 기름기까지 잡아줘 느끼한 맛을 감소시켰다고. 실제로 녹차에 포함된 카테킨 함량은 10~18%에 달하는데, 이는 항암 효과는 물론 알레르기 억제, 충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남도의 넉넉한 인심 담아낸 한정식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처럼 모든 물산이 넉넉했던 남도에는 예부터 먹거리도 넘쳐났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전라남도의 평야를 차지하려 한 것 역시 남도를 식량 보급창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남도 땅은 예부터 기름진 토질의 너른 평야를 보유했을 뿐 아니라 청정 바다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까지 더해져 팔도에서 먹거리가 가장 풍요로운 지역이었다. 한정식은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넉넉한 상차림이 돋보이는 코스로, 보성 특산물인 녹돈을 비롯해 문어, 낙지, 제철 생선회, 멍게, 해삼, 꼬막 등 싱싱한 재료가 총동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