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경필 경제 칼럼니스트 겸 작가
노후 준비는 자산만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우리는 과거 부모님 세대의 고도성장기에 있었던 엄청난 자산 가격의 상승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노후를 위해 반드시 성공하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착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1970~1980년대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고도성장기였고, 그만큼 실질자산가치도 크게 성장했다. 1990년대에도 8%대 성장률,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평균 6~7%대 성장률을 기록하던 경제는 최근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2021년 4.1%를 제외하면 모두 3%를 밑도는 모습으로, 5년 평균 2.44%를 기록할 만큼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대신 경제 위기 때마다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돈을 푸는 바람에 자산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가치에 비해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가 또 하락했다가를 반복하는 자산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저성장임에도 지속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자산 투자만으로는 노후 준비에 한계가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팩트다.사회 활동의 연장으로 세컨드 라이프를 설계하라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엄청난 열풍이 인 것이 바로 파이어족이다. 파이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ment Early, FIRE)족이란 경제적으로 성공해 조기에 은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파이어족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보면 진정 은퇴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바꾼 사람들이다.1가구 1주택은 기본, 주택을 보유하라
노후 준비의 세 가지는 바로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가를 계획하는 것이다. 이것을 노후 준비의 3W(Where, Who, What)라고 한다. 과거와 같이 자산 가격이 안정적이라면, 특히 부동산 가격이 하락을 모르고 상승만 하던 시기라면 몰라도 이제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안전자산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안정적 자산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주택이다. 주택에서 나오는 현금 흐름이 나머지 자산에 비해 가장 안정적이며 공실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이 말이 아파트를 샀다고 무조건 가격이 오르고 부자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미래 자산의 실질 가치가 가장 잘 유지될 수 있는 자산이 바로 아파트라는 말이다. 만일 무주택으로 노후를 맞이한다면 주거비용 증가가 노후생활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주택을 갖는 위험보다 주택이 없는 위험이 노후에는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뜻이다.노후의 현금 흐름, 4개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라
실제 노후에는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할까? 지금의 생활비에서 교육비와 대출이자를 제외한 금액을 순생활비라고 하는데, 노후에는 보통 이런 순생활비가 젊은 시절보다 두 배 정도 더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생활비가 많이 필요한 노후 생활비를 한곳에서 나오는 현금 흐름에만 의지하면 안 된다. 특히 투자를 통한 자산 가격 상승만을 기대하는 노후 준비보다는 여러 곳에서 조금씩 생활비가 나오는 구조를 만들어 놓아야 하며, 최소한 현금 흐름을 위한 4개의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첫째는 공적연금, 둘째는 퇴직연금, 셋째는 임대소득, 넷째는 세컨드 라이프와 세컨드 잡에서 나오는 근로·사업소득이 그것이다. 임대소득은 1주택자라고 해도 활용할 수 있는 주택연금을 받거나 자가 주택을 임대하고 자신이 주거지를 옮겨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자신이 즐겁게 사회 활동과 경제 활동을 통해 얻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노후 준비의 마지막 퍼즐이라 할 것이다. 계속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