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이 만나다
피지털(Physital)은 오프라인(물리적) 공간을 의미하는 피지컬(physical)과 온라인을 의미하는 디지털(digital)의 합성어로, 디지털의 편리함을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 결합해 소비 경험을 더 손쉽고 편리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이 용어는 호주의 광고 대행사 모멘텀(Momentum)이 2013년 ‘피지털 세계를 위한 대행사’라는 자사의 모토에서 처음 사용했다.
피지털은 상품에 대한 정보 검색부터 구입 및 결제, 픽업이나 배송까지 소비의 모든 단계에 적용된다. 온라인 쇼핑의 ‘정보 검색’ 기능에 오프라인 쇼핑의 ‘품질 확인’이 결합해 후회되지 않는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가장 손쉬운 피지털 접근법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아 상품 태그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는 것이다. 그러면 상품에 대한 정보 및 사용 후기까지 조회하는 것은 물론 다른 상품과 비교까지 할 수 있어 장단점까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다이소는 전자제품에 QR코드를 제공해 제품 사용 영상을 보고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서 쇼핑할 수 있도록 피지털 환경을 제공한다. 롯데마트가 시범 도입한 스마트 스토어 매장은 물건을 카트에 담자마자 바코드가 찍히는 건 물론, 쿠폰 적용으로 할인 정보를 체크할 수 있고 총구매 가격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결제 자체를 카트에서 끝내기 때문에 계산을 위해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도 사라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은 팬데믹을 계기로 불가피한 선택의 길로 들어섰다. 기성세대는 이미 오프라인을 경험했고, 신세대는 온라인에 익숙해졌기에 두 플랫폼이 교차하는 교집합의 순간이 소비의 보편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온라인에서 경험한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제공받고 싶은 욕구는 결국 어느 환경에서도 경험의 연속성이 유지되기를 기대한다는 얘기다.
유명 브랜드가 도입 중인 피지털 서비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은 이제 의미를 잃었다. 두 플랫폼의 가장 편리한 속성만 뽑아 소비자에게 최상의 구매 경험만 제공하면 그만이다.
나이키는 미국 LA에 옴니 채널 콘셉트 매장 ‘나이키 바이 멜로즈’를 열었다. 디지털 기술을 오프라인 공간에 적용한 이 매장은 제품 정보부터 결제, 구매, 반품까지 모든 과정을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고객은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앱을 통해 매장 내 재고를 파악하거나 원하는 제품을
예약 할 수 있다. 이렇게 예약하면 QR코드와 연동된 로커에 상품이 보관돼 고객은 ‘원할 때 언제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과거 온라인에서만 제공된 ‘촘촘한 개인화’가 오프라인에서도 실현되는 셈이다.
피지털 대세에 따라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첨단 IT가 오프라인 매장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미국 노드스트롬(Nordstrom) 백화점은 고객의 쇼핑을 다양한 기술을 통해 도와준다. 고객에게 몇 가지 질문과 답을 통해 ‘나만의 향수’를 찾게 한다든지, ‘버추얼 미러(가상 거울)’를 통해 메이크업 상태를 살펴보게 하고 ‘립 트라인 온’ 을 통해 나에게 어울리는 립스틱 컬러를 매치한다.
아마존은 인공지능과 컴퓨터 비전 기술을 적용해 무인결제 매장 ‘아마존 고 그로서리(Amazon Go Grocery)’를 열었는데, 매장에서 물건을 들고 나오면 아마존에 등록된 계좌에서 자동 결제된다.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 타깃(Target)은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한 후 매장 근처 도로에 잠깐 차를 대고 물건을 받아 가는 방식으로 유통(공급망)과 제조 활동이 실시간으로 동기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같은 보피스(Buy Online Pick up In Store, BOPIS: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픽업)는 가장 편리한 피지털의 핵심으로, 국내에선 신세계 SSG닷컴의 매직 픽업 서비스, 교보문고의 바로드림,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 등에서 이용되고 있다.
소비의 마지막 단계인 교환 및 반품 단계에서 피지털은 또 어떻게 운용될까.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24시간 픽업 서비스는 물론이고 교환, 환불, 수선, 개인 스타일링 상담 등의 서비스도 손쉽게 제공한다. 아마존은 구매한 상품을 반품할 때 포장하지 않고 배송업체 UPS에 들고 가면 대신 포장해서 반품하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유행을 이끄는 패션 브랜드는 ‘피지털 패션쇼’에 한창이다. 발렌시아가는 패션쇼 역사 최초로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비디오게임 속 3D 모델들을 통해 실현했다. 정장 브랜드 제냐는 숲속에 런웨이를 설치하고 드론을 사용해 모델들의 이동을 쫓게 해서, 숲속 미로를 빠져나오는 가상 체험을 선사했다.
무분별한 확장은 경계
피지털이 점점 세분화하고 다양해진다는 것은 언택트 시대를 경험한 기업들이 앞으로 ‘무엇’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피지털은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개인 맞춤형’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 기업은 제품을 픽업하고 반품하는 ‘불편의 과정’을 최소화하고 해소하는 디테일에 집중해야 생존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 어도비는 ‘2022 디지털 트렌드 보고서’에서 고객 경험 기반 기업의 비즈니스 경쟁력은 점점 더 우세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이 탁월한 고객 경험을 위해 고객의 구매 동기, 선호도, 요구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특히 기업과 제품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QR코드 등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은 결국 개인화된 맞춤 제품의 유연성과 고객 대응력을 극대화하는 디지털 기술인 셈이다. 하지만 피지털을 앞세운 디지털 플랫폼의 문어발식 확장은 여타 디지털 기술과 마찬가지로 맹목적 믿음을 바탕으로 한 정보 유출 등 안전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기업이 전세계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서는 특정 기업이 독점 체제로 군림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우려되는 점이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저서 「피지털 커먼즈」를 통해 “문제는 플랫폼이 권력이 되는 순간”이라며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인간의 생체 정보까지 포함한 모든 자원을 활용해 이윤을 창출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라고 경고한다.
편의와 안전 사이에서 디지털 기술이 편의의 방향으로 가속화 할수록 소비자는 더욱 확고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워야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