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경희 / 사진 이용기
즐거운 노년을 위해 모이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지만 강의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회원들은 비 때문에 행여 늦을까 서둘러 온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교직원공제회 역시 이 같은 회원들을 위해 커피와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해 기다림에 여유를 보탠다. 오늘 초대된 회원은 동반자를 포함해 도합 1,000명. 이들이 자리에 착석하자 거대한 홀이 그야말로 꽉 찬다.막아라, 공부해라, 나가라, 만나라
이호선 교수는 이렇듯 너무나 다른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이 삶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초 항목을 먼저 살펴보자고 했다. “간단합니다. 바로 ‘막.공.나.만’이에요. ‘막’아라 질병을, ‘공’부해라, ‘나’가라, 그리고 ‘만’나라 이렇게 네 가지입니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내 몸에 대한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해요. 기승전 ‘몸뚱이’인 겁니다. 세상은 너무 빨리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왕년에는 더 많이 아는 사람, 더 빨리 아는 사람을 스승이라고 불렀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린아이들이 우리보다 훨씬 빨리 찾고, 훨씬 많이 찾고, 훨씬 정확하게 찾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 정보를 누가 재해석을, 얼마나 재창조를, 얼마나 새로운 방식으로, 어떻게 재구성하는지가 지식의 핵심이에요. 독서하십시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책을 읽으며 내 자신의 지적 충만함, 지적 포만감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마음 지도로 내 마음을 더 튼튼하게
이호선 교수는 또 어른으로서 세 가지 물건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첫 번째는 시계, 두 번째는 나침반, 세 번째는 지도다. 첫 번째 ‘시계’는 자식들, 손주들 앞에서 자신의 주 계획, 월 계획, 6개월 계획을 말해 줌으로써 미래 시간 조망 능력을 발견하고, 나만의 인생 계획을 독립적으로 만들어가는 자율 습관, 독립 습관을 가지라는 것. 두 번째 ‘나침반’은 다음 세대와 함께 내 삶에 하나의 지향점을 찾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세 번째 지도는 지도, 그중에서도 ‘마음 지도’다. 늙어가면서 스트레스 관리도 잘하고, 자기 마음도 잘 조절하고, 자기 돌봄도 잘하면 이게 잘 늙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는 그의 말을 받아 적는 회원들의 손길이 바빠진다.오늘 한국교직원공제회 강연처럼 직접적으로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건 또 다른 느낌이실 듯해요.
저는 강연하는 동안에 많은 분이 집중해 주시는 게 너무 감사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역량이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많은 분들이 덕분에 변화했다,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고백해 주셔서 이런 대중 강연이 집단의 변화를 일궈내는 장면에 늘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큰 기적을 보는 기분입니다.
특별히 준비하거나 신경 쓴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분들은 기본적으로 교육의 심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에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교육자로서의 자부심도 지니고 있고, 지금 교육의 현장을 떠났다 해도 교육자로 사시는 거거든요. 이렇듯 교육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이 교육 이야기가 자기 삶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 저는 생애 선생님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세대가 워낙 다채롭고 많아지면서 적응의 영역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 됐고, 그래서 오늘은 어른의 면모, 인생 선배로서 어떻게 소통하고 적응하면서 새롭게 인생을 조율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습니다.
20세기의 낡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꼰대가 아니라 21세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좋은 어른의 면모가 어떤 것인지를 가슴에 그림으로 담아 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행복한 노년을 위해 막춤을 출지라도 ‘내 춤을 춰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남편과 둘이 교사 생활을 하다 퇴직했습니다. 퇴직 이후에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또 어느 순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성을 잃거나 궁금할 때가 있잖아요. 오늘 많은 부분에서 그 답을 얻은 것 같아 기쁩니다. 저희가 성동노인복지관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데 이호선 교수님을 모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강의 내용이 인상 깊었어요.
예상보다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는 강의였습니다. 퇴직한 지 1년쯤 됐는데, 그동안은 나름 바쁘게 살았거든요. 앞으로의 퇴직 생활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또 그 가이드를 준다는 점에서 참 좋았습니다. 부부로서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과거를 돌아보며 찾아 나가는 계기도 됐고요. 정말 고맙습니다.
열심히 메모를 해가며 들었어요. 노년을 맞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던 좋은 강의였습니다. 특히 교수님 강의 내용 중에서 막.공.나.만은 절대 잊지 말아야겠다는 결심도 새롭게 했고요. 친구와 함께 들으면서 느낌과 다짐을 공유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이런 강의를 들을 기회가 앞으로도 종종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