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고재열 여행 감독(어른의 여행클럽·트래블러스랩 총괄 감독) / 사진 제공 삼척시청
동해안의 바람을 마주하는 나릿골과 정라진항
지난겨울 방치된 삼척의 도시 재생 시설을 ‘삼척살롱’으로 만들었다. 직접 운영하는 ‘트래블러스랩’을 비롯해 사단법인 ‘점프’와 ‘녹색친구들’ 세 단체가 이 공간을 함께 활용했는데, 이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삼척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삼척살롱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정라진항과 맞닿은 나릿골이다.장호항에서 바위를 쓸어 담는 파도
긴 해안선이 늘어선 삼척에는 삼척해수욕장, 맹방명사십리, 초곡항-촛대바위길, 장호항, 삼척해상케이블카 등 바닷가 관광지가 많지만, 그중에서 한 곳을 추천하라면 단연 장호항이다. 장호항은 삼척의 바다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바다에 솟은 우뚝한 바위에 부딪힌 파도가 부서지며 포말을 일으키는 모습이 장관이다.활기 치유의 숲에서 읽는 시간의 나이
삼척에 가서 숲을 본다?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에 조금 여유가 있다면 활기 치유의 숲을 꼭 가보라. 활기 치유의 숲은 기억할 것은 기억할 수 있게,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은 쓸모 있게 잘 만들어져 있다. 아득한 화전민의 시간을 상상할 수 있도록 공병을 쌓아두었고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는 구들과 담돌을 잘 간직했다. 시설도 깔끔하며, 현대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삼척 번개시장(도깨비시장)에서 건져낸 활기
삼척의 어시장과 재래시장 중에서 꼭 권하는 곳이 있다. 번개시장(도깨비시장)이다. 참여할 수는 없지만, 새벽에 정라진항 위판장에서 경매를 구경하는 것만도 재미가 있다. 다른 도깨비시장처럼 위판장 근처에서 삼척 번개시장이 열리는데, 위판장에서 뗀 첫물 생선을 파는 곳으로 음식점 주방자과 부지런한 주부들이 이곳을 찾는다.매콤하고 도톰한 가오리찜과 새콤달콤 호박 막걸리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해안마다 음식문화가 다르게 발달했다. 대체로 서해안은 매운탕이, 남해안은 숙성 회가, 동해안은 생선찜이 발달했다. 삼척 역시 생선찜이 잘 알려져 있는데 추천할 집은 삼척해물(033-574-6611)이다. 생선찜에는 가오리만 한 게 없다. 살집도 좋고 양념도 잘 어우러진다. 가오리찜은 강릉이나 속초 등 다른 동해안 도시에서도 인기다.물 맑은 오십천에서 잡아 몸보신에도 좋은 뚜구리탕
뚜구리는 삼척의 방언으로, 민물의 자갈 바닥이나 모래무지에 서식하는 동사리를 말한다. 태백산에서부터 흘러들어 삼척 시내를 관통하는 오십천 중하류에서 주로 서식하는 물고기이다. 몸길이가 6~10cm로 작으며, 2급수의 맑은 물에서만 산다고 한다. 삼척에서는 예로부터 이 뚜구리로 어탕이나 어죽을 끓여 먹었다. 고추장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 만든 시원한 뚜구리탕은 늦봄에서 초여름의 별미 음식으로, 늦봄과 초여름에 삼척을 여행한다면 반드시 먹고 오길 추천한다.동해에서 맛보는 감칠맛 나는 문어숙회
서해안이 낙지라면 동해안은 문어다. 동해안에 간다면 문어를 제대로 먹고 와야 한다. 야들야들한 문어숙회에 술 한잔하고 싶은 여행자를 위한 추천 맛집은 맛과 향이 있는 집(033-575-0215)이다. 문어를 직접 고를 수 있으며 문어를 데쳐 내기 전에 굴을 듬뿍 넣어 주는 겉절이 김치는 별미 중 별미. 맛도 좋고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문어라서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동해안에 왔으니 과감하게 맛을 보는 것도 추천한다. 남은 문어로는 오징어 두루치기 대신 문어 두루치기를 해먹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