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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2022년 경제 전망

LG경제연구원은 ‘국내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1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9%, 2022년은 2.8%로 전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보면 IMF가 예상한 3.3%나 한국은행과 OECD가 전망한 3.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세계적으로 ‘일상으로의 복귀’ 움직임이 시행된다면 서비스·소비 회복과 주택 건설 착공 등의 증가를 기대해볼 만하다. 결국, 변수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될 것이다. 과연 2022년 대한민국 경제는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2022년 경제를 가늠할 키워드를 짚어보자.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서 지난 20년 동안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해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외교부 등 여러 정부 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KBS,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사의 뉴스, 대담, 토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로 이코노미」라는 책을 발간했다.

로벌 공급망 차질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과 소비에 차질을 빚고 물가 상승을 초래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 현상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이를 유발한 요인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될 가능성이 큰 ‘일시적 요인’과 시간이 지나도 해소되지 않거나 도리어 심화할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이 병존한다.
일시적 요인으로는 수요 측면에서 코로나19 지원금 지급에 따른 소비 여력 향상, 가계의 이연 소비 및 보복 소비, 계절적 연말 소비 및 겨울철 난방 수요 등을 들 수 있으며, 생산 측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생산 기지 국가의 생산 차질, 미국을 중심으로 나타난 물류 병목 현상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구조적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인력 부족이다. 코로나19로 직장을 떠났던 근로자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경제활동 참여율이 하락한 가운데, 코로나19로 실직한 근로자들이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기보다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모습이다. 보건 위협 증가 속에 고령층의 조기 은퇴가 급증하고, 학교가 폐쇄된 상황에서 보육 부담으로 노동자들이 이탈했다. 국경 폐쇄 및 브렉시트 등으로 인한 해외 노동력 축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로봇 등을 활용한 저임금 노동력의 대체는 아직 미진한 상황이다.
둘째, 친환경 정책 및 기후변화다. 미국 정부의 전통 에너지 지원 축소에 따른 공급 위축, 장기적인 재정 악화를 예상한 중동 산유국들의 감산 기조가 고유가를 지속시키고 있다. 친환경 발전 비중이 높아졌지만 빈번한 기상이변 등으로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이 증가했다. 에너지 중 천연가스의 중요도가 높아진 가운데 천연가스 주요 생산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도 높다. 기후변화로 인한 곡물 생산 차질도 예상된다. 친환경 기조 강화는 특히 비철금속 공급의 불안정 요인이다.
셋째, 글로벌 밸류 체인의 재편이다. 밸류 체인이란 하나의 제품이 생산되기까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유기적인 '가치 사슬'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중 G2의 패권 경쟁, 핵심 물품에 대한 자국 공급망 확충 움직임, 주요 원료·부품·생산 장비에 대한 국가 간 확보 경쟁이 심해지면서 서로를 연결하고 있던 사슬은 약해졌고, 글로벌 생산기지의 역할이 중국에서 인도, 베트남 등으로 순조롭게 이전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넷째, 인프라 부족이다. 미국의 물류 대란 과정에서 확인된 물류 인프라 부족 및 개선에 상당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해운 선박 수주가 늘었지만, 실제 공급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재고를 유지하던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으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시간과 투자가 요구된다.

드 코로나

델타 변이가 급격히 확산한 2021년 중반, 백신 완전 접종률은 선진국의 경우 30~40%에 달했지만, 주요 신흥국은 10%대에 불과했다. 그 결과, 선진국은 확진자 수 증가 속에서도 경제 봉쇄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위드 코로나’를 시행할 수 있었지만, 신흥국은 경제 봉쇄로 대응하면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었다.
그 결과, 글로벌 수요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글로벌 생산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회복이 지체되었다. 미국,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재정지출 확대도 가계의 구매력을 높이며 수요를 더욱 늘렸다. 그러나 국제 원자재, 농산물, 공산품의 산지이자 생산기지였던 신흥국들의 경제활동 차질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을 초래했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회복 속도 차이는 비용 상승 및 공급 충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주요국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 전환을 유발했다.
2022년에는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도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백신의 추가 보급으로 선진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이 백신 보급률에 도달하는 신흥국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오미크론 등의 변이 바이러스나 신흥국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가 변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코로나19로 인한 인적 피해보다 경제 봉쇄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중시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정부의 현금성 코로나19 지원 정책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고, 이연 소비 및 보복 소비로 인한 내구재 중심의 제품 수요 급증 현상도 점차 진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측한다.

거와 정책 불확실성

2022년은 주요국들의 선거로 인해 정책 불확실성이 심화할 듯하다. 미국의 경우 2022년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 주목해야 한다. 취임 초기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재정지출 확대 및 증세안을 추진하던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 철군, 재정정책 표류로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이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가능성은 바이든 정부의 재정지출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바이든이 원하는 재정지출 확대를 공화당이 굳이 동의해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다면 규제, 국가부채, 세금 등 많은 정책 이슈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다.
유럽의 경우 이미 총선을 치른 독일뿐 아니라 2022년 4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프랑스를 눈여겨봐야 한다. 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사민당은 친유럽연합(EU) 성향을 띠고 있지만 기민당에 비해 좌파 성향이 강하다. 그로 인해 최근 EU와 갈등을 빚고 있는 폴란드, 헝가리 등 국가의 우파 정권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 등 EU 내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미·중 갈등과 미·러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프랑스가 향후 어떤 대외 노선을 택하느냐에 따라 유럽이 미국 중심으로 뭉치느냐, 분열하느냐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2022년 3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와 이에 따라 결정될 신정부의 정책 방향이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국민의 관심이 가장 높은 부동산 관련 정책, 정부 재정지출 및 조세정책, 기업 관련 정책 등이 행정부의 성격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내다본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