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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나누기

나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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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으로 발령받은 뒤 한 학기를 보냈다. 주위의 걱정과 염려와는 달리 신나게,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다.
‘삼척’이라는 지역적 특성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분들의 사랑과 배려,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나 또한 베풀며 섬겨야겠다. 교감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싶다.

이창수 삼척 서부초등학교 교감

누구에게나 일관되고 따뜻하게 반응해 주는
안정감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

최근 「나는 가끔 엄마가 미워진다」라는 책을 읽으며 내 어릴 적 아픈 기억들이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있다. 그것은 상처가 됐고, 그로 인한 수치심과 열등감이 한동안 나를 지배했다. 어린 시절에는 일관되고 따뜻하게 반응해주는 안정감 있는 어른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내 주변에는 없었다. 나를 도와줄 이가 없으니 살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남들보다 일찍 가졌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는 가난한 가정환경이 들통날까 봐 친구들 앞에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다. 중·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한 적이 없다. 월세로 사는 집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기가 싫었다. 집에 있는 생활용품이라고는 취사도구인 풍로 하나, 이불 보따리, 옷 보따리, 밥숟가락, 젓가락을 비롯한 부엌살림이 전부였다. 부엌이 없고 방 한 칸만 있는 집에도 살아봤다. 거주지가 자주 바뀌니 친구들에게 알려줄 집 주소도 없었다. 나를 둘러싼 열등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대학교에 들어가니 나를 아는 사람들이 없어서 참 좋았다. 내 얘기를 나 스스로 하지 않는 이상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으니 참 편했다. 그러던 중 인생의 어른을 만났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조건 이해해 주고, 받아주는 어른을. 대학 4년 동안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내 안에 있는 분노를 눈물로 씻어냈다. 내가 겪었던 고통과 아픔들을 눈물로 감쌌다.
책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소환했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어른들을 생각나게 했다. 감사한 분들이고 평생 은혜를 갚아도 부족할 만큼 고마운 분들이다.

누군가의 안전한 울타리가 된다는 것

스트레스를 받거나 충격을 받아 휘청할 때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고 어려움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중요하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여러 선생님, 교직원분들을 만났다. 이들 중에는 말 못 할 아픔과 상처로 맘고생했던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학생과의 관계로 힘들어하며 몇 날 며칠을 맘고생했을 선생님들이 있었을 것이고, 학부모와의 관계로 오랫동안 목 안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불편하게 생활했던 선생님들도 계셨을 것이다. 선생님뿐이겠는가? 행정실분들, 교육공무직분들, 교직원분들 모두 속상했던 일들이 왜 없었을까 싶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맡겨진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무조건 이해해주며 받아주는 동료·지인·어른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교감으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여러 책들을 읽었다. 다른 교직원분들이 나를 찾아왔을 때 보호받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나 스스로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판단하기보다 이해하고, 무조건 들어주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쉬울 것 같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실천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좀 더 나은 교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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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사건보다 냉소적인 반응이
상대를 아프게 한다

부정적인 삶의 경험은 고스란히 뇌에 저장된다. 무섭다. 잊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부정적인 사건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사건 당시 상대가 보인 냉소적인 반응이다. 이런 반응이 때론 더 아프고 더 큰 상처가 된다. 한 학기 돌아보며 혹시 내가 상처를 준 이가 없는지 스스로 반성해본다. 나를 두려워한 나머지 과도하게 눈치를 보던 교직원은 없었을까? 설마? 아니다. 설마가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서로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자신의 감정을 우선순위에 두고 섬세하게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맞다. 내 앞가림도 못 하면서 어떻게 주위를 돌아볼 수 있을까? 감정은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가끔 집에서 아내에게 지적을 받는 것 중의 하나가 있다. 무슨 문제든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공감해달라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 있으면 나는 무조건 단시간에 해결하려는 습관이 있다. 아내는 들어달라고 한 건데, 함께 공감해달라고 이야기를 한 것인데 말이다. 교직원분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물론 책임감을 느끼고 해결할 일은 해결해야겠지만, 상대가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고 싶어할 때는 들어주고, 무조건 이해해주고, 받아주어야겠다. 늘 훈련하고 실천해야겠다. 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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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고 분량 : 원고지 12매 (A4 1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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