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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꿔요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소통을 막는 ‘새말(신조어)’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보자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훈민정음의 반포를 기념하여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널리 알리고 한글 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한 기념일로, 태극기를 게양하는 5대 국경일이기도 하다. 국보 1호를 ‘한글’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한글’의 우수성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한글이란 이름은 1913년 한힌샘 주시경이 ‘위대하고 큰 하나의 글’이란 뜻으로 지었다. 훈민정음 「어제 서문」엔 실용 정신이 깃들어 있다. 사람마다 쉽게 익혀 일상에서 편하게 사용해야 의사소통이 잘되고 문화도 꽃피울 수 있을 터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쉬운 말글 쓰기는 무척 중요하다. 말글을 어렵게 쓰면 세대 간 소통을 가로막고 정보 소외를 부르기 때문이다. 외국어와 어려운 전문용어, 새말(신조어)은 쉬운 우리말로 바꿔 나가야 한글의 아름다움을 다음 세대로 이어줄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신조어 ‘치팅 데이’, ‘엔데믹’, ‘홈루덴스족’, ‘언택트’의 바른 사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승훈 동아일보 어문연구팀 차장

오늘은 ‘치팅데이’, 뭘 먹을까? 화살표 이미지 오늘은 ‘먹요일’, 뭘 먹을까?

‘돌아온 리즈 시절 비주얼로 쾌남(?) 콘셉트의 바디 프로필 촬영에 도전하는가 하면 무아지경 라면 먹방으로 행복한 치팅 데이를 보여줘 금요일 밤을 웃음으로 물들였다.’ -스포츠동아(2021. 9. 4.)

‘치팅 데이’는 예능 먹방(먹는 방송)에서 주로 쓰는 말이다. 식단 조절을 하는 동안 정해진 식단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는 날을 뜻한다. ‘속인다’는 뜻의 치팅(Cheating)과 ‘날’이라는 뜻의 데이(Day)를 합성했다. 바른 영어로는 ‘치트 데이(cheat day)’. 국립국어원은 치팅 데이를 ‘먹요일’로 다듬었다. 음식을 ‘먹는다’와 ‘요일’을 붙여 지었는데, 누리꾼(네티즌)들로부터 참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먹방과 먹요일도 어울린다. 한편, 앞서 국립국어원은 ‘패스트푸드’를 ‘즉석음식’으로 다듬은 데 이어 ‘슬로푸드’를 ‘정성 음식’으로 쓸 것을 권장했다. 정성 음식은 천천히 공을 들여서 만들고 먹는 음식이란 뜻이다. 위에 든 예문에서 ‘리즈 시절(Leeds 時節)’은 외모나 인기, 실력 따위가 절정에 올라 가장 좋은 시기를 말한다. 프리미어리그의 축구 선수 스미스가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활약을 펼치던 때를 이르던 말에서 비롯했는데, ‘전성기’, ‘황금기’로 쓰면 충분하다. 참고로 ‘바디(body)’의 바른 외래어 표기는 ‘보디’다.

코로나19, ‘엔데믹’ 되나? 화살표 이미지 코로나19, 주기적 유행 되나?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지만, 이러한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으는 부분은 결국 현재의 상황은 팬데믹에서 엔데믹(풍토병)으로 가는 과도기라는 것이다’ -코메디닷컴(2021. 9. 7.)

미디어가 전하는 코로나19 소식에는 팬데믹(Pandemic)과 에피데믹(Epidemic), 엔데믹(Endemic),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 코로나 쇼크, 부스터 샷 같은 전문용어가 많이 나온다. 팬데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한 감염병 6단계 중 최고 경고 등급이다. 에피데믹은 감염병이 한 나라나 대륙 등 비교적 넓은 지역에서 빠르게 번지는 팬데믹 전 단계(5단계)이고, 엔데믹은 특정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을 이르는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팬데믹을 ‘(감염병) 세계적 유행’으로, 에피데믹을 ‘(감염병) 유행’으로, 엔데믹은 ‘(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다듬었다. 국립국어원은 엔데믹이 영어로는 ‘풍토병’이란 의미로 쓰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감염병이 특정한 곳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란 새로운 의미로 쓰이게 돼 이를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립국어원에서는 코로나 블루를 ‘코로나 우울’, 코로나 레드는 ‘코로나 분노’, 코로나 블랙은 ‘코로나 절망’, 코로나 쇼크는 ‘코로나 충격’으로 바꿔 쓸 것을 권한다.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추가로 접종하는 것을 일컫는 부스터 샷은 ‘추가 접종’으로 다듬었다.

집에서 힐링하는 ‘집놀이족’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홈루덴스족(Home Ludens族)’이 늘고 있다. ‘집’을 뜻하는 홈(Home)과 ‘놀이’를 뜻하는 라틴어 루덴스(Ludens)를 합성한 말로 ‘바깥에서 활동하기보다는 집에서 놀이와 취미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제창한 ‘호모루덴스(Homo Ludens·노는 인간, 놀이하는 인간)’에서 비롯했다고 하는데 무슨 뜻인지 선뜻 와닿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은 지난달 ‘홈루덴스족’을 ‘집놀이족’으로 다듬었다. 이 밖에 ‘어퍼웨어(Upperwear)’라는 새말도 있다. 화상 회의를 할 때 윗옷에만 신경 쓰면 되기에 ‘허리 위(Upper)만 잘 차려입으면 된다’는 뜻에서 생겨난 말이다.
‘어퍼웨어’ 차림으로 방송에 나왔다가 낭패를 본 언론인도 있다. 미국 ABC방송 기자인 윌 리브는 지난해 재택근무 중 아침 뉴스 생방송 화면에 맨다리를 드러내고 말았다. 화면에 웃통만 나오고 허리 아래는 안 나올 줄 알았던 것이다.

'비대면’쇼핑이 대세인 시대

‘직접 만나지 않고 비즈니스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형태’를 이르는 ‘언택트(Untact)’도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말이다. ‘언택트 수업’, ‘언택트 마케팅’ 등으로 쓰이는 이 말은 사적 모임 제한과 집합 금지로 비대면·비접촉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생겨났다.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을 더한 합성어(영어로는 ‘Contactless’, ‘Non contact’)로 ‘비대면’, ‘비접촉’이란 뜻이다. 새벽 배송이나 화상 회의, 재택근무도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진다.
언택트 (Untact)에 온라인을 뜻하는 ‘온(On)’을 더한 ‘온택트’도 있다. ‘온택트 마음 상담’, ‘온택트 콘서트’, ‘온택트 좌담회’처럼 대면을 최소화하며,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것을 일컫는다.
‘언택트’는 ‘비대면·비접촉’으로, ‘언택트 수업’은 ‘비대면 수업’으로, ‘온택트’는 ‘영상·화상 대면’으로 바꿔 쓰면 알아 듣기 쉬울 것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