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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이모작

타이틀 애국화조경봉사단 단장 & 자원봉사자 김방섭 회원
「나무를 심은 사람(L’ homme qui plantait des arbes)」.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가 쓴 이 단편소설은
황무지를 울창한 숲으로 만들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한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 가까이에도 묵묵히 희망을 심는 사람이 있다. 그가 심는 희망은 끝없이 피고 또 핀다. 무궁화를 심는 사람, 김방섭 회원을 만나봤다.

이성미 / 사진 이용기

꽃무릇 정원 이미지 애국화조경봉사단 단원들과 함께 조성한 꽃무릇 정원
책임감. 교사로서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온 말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좋은 길로 걸어갈 수 있게 교사로서 책임을 다했고, 양궁 지도자로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퇴직 후에는 봉사단을 이끌고, 나무와 꽃을 보살피려니 또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그래도 제가 나서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국가대표 양궁 감독의 남다른 나라 사랑

전라북도 전주시에 있는 ‘모롱지작은도서관’. 도서관 앞으로 구절초가, 뒤편에는 무궁화가 오가는 사람들을 반긴다. 하루빨리 넓은 땅으로 옮겨지길 기다리며 무궁화 묘목들도 옹기종기 모여 있다. 도서관이 있는 서곡 근린공원부터 홍산로, 그리고 맞은편 문학대공원까지 식재된 무궁화는 무려 1,500여 주. 이 많은 무궁화는 모두 애국화조경봉사단 단원들이 키우고 있다.
애국화조경봉사단은 퇴직 교직원과 공무원으로 구성된 봉사단체다. 김방섭 회원은 10년째 애국화조경봉사단에서 단원들을 이끌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시민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기를, 우리 아이들이 나라꽃을 알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활동이다.
“책임감. 교사로서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온 말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좋은 길로 걸어갈 수 있게 교사로서 책임을 다했고,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양궁 지도자로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퇴직 후에는 봉사단을 이끌고, 나무와 꽃을 보살피려니 또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그래도 제가 나서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자원봉사자가 되기 전 김방섭 회원은 1969년 9월부터 35년 6개월간 전북 지역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김방섭 회원이 맡았던 과목은 체육. 그는 1974년부터 학생뿐만 아니라 양궁 선수들을 지도하며 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1980년 서울아시안게임에는 경기 임원, 1988년 열린 제24회 서울올림픽에는 대회 경기 임원으로 참여해 대회의 성공을 이끌었다. 1991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안컵 양궁선수권대회에서도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수를 인솔하며 큰 성과를 냈다. 선수 지도 중 입은 부상 때문에 시력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는 자신보다 학생들을 먼저 살폈다. 대한민국 양궁팀이 세계 대회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국민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까지 김방섭 회원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체육훈장 기린장, 대한민국 녹조근정훈장도 지도자와 교사로서의 그의 활약을 짐작게 한다. 그리고 2005년, 그는 열정적이고 성실하게 임했던 교직 생활을 마감했다.
“제32회 도쿄올림픽이 끝나고, 대한양궁협회에서 선수를 지원하는 제자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선생님 덕분에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제가 협회에서 자리를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오래전 지도했던 학생들이 지금 사회에서 제 몫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주인공 이미지 2

애국하는 마음으로 환경을 지킨다

김방섭 회원이 지도한 제자들처럼 꽃과 나무도 말을 할 수 있다면, 아마 김방섭 회원은 온종일 감사 인사를 받느라 바쁠 것이다. 공원을 걸을 때마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는 꽃들의 인사가 쏟아질 테니까. 선수와 제자를 키우듯, 그는 꽃과 나무를 정성스레 키운다. 학교에서 공원으로 장소만 옮겨졌을 뿐, 그는 여전히 성실하며 또 열정적이다.
“2010년 3월에 서곡 근린공원 안에 서곡 문화관(현 모롱지 작은도서관)이 세워졌어요. 공원 용지는 원래 쓰레기매립장이었는데, 주민들의 바람이 모여 공원으로 새롭게 조성됐죠. 문화관도 열리고요. 하지만 녹지가 만들어진 후에도 쓰레기를 버리고 가거나 시설을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 안타깝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공원을 모두가 사랑하는 장소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무궁화를 심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구청에 건의해 문화관 주변에 굵은 모래 15t을 깔고, 무궁화 묘목과 꽃씨를 심었습니다. 처음에는 도서관 앞 빈터에 작은 무궁화동산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어엿한 봉사단으로 조직 규모를 키울 수 있었고, 더 많은 나무를 심게 되었습니다.”
김방섭 회원이 만든 봉사단의 이름은 ‘애국화조경봉사단’. 봉사단 이름에도 나라 사랑, 꽃, 애국화(愛國花)를 넣었다.
2012년 3월에 정식 창단한 이 봉사단의 회원은 23명이나 된다. 이들은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아침 일찍 모여 공원에 쌓인 낙엽을 쓸고 모으고 치우고, 쓰레기를 줍고 모으고 분리한다. 그들이 지나간 길에는 눈살을 찌푸릴 만한 것 하나 남지 않는다. 정기 모임은 한 달에 두 번이지만, 사실 그들의 봉사는 365일 끊이지 않는다. 평소에도 공원을 산책하다 쓰레기가 있으면 줍고, 엉킨 칡넝쿨이 보이면 자르고 치우기 때문이다.
김방섭 회원과 봉사단원들이 하는 일이 또 있다. 바로 태극기 보급 활동이다. 그는 5년 전부터 자신이 사는 아파트를 시작으로 주민들에게 태극기를 보급하고, 국경일에 태극기를 달자고 홍보하고 있다. 그 결과 5년 전만 해도 4~5가구 정도만 참여하던 태극기 달기를 올해는 단지 주민의 95%가 참여했다. 태극기 달기 운동은 널리 퍼져 전주의 지역 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봉사단 이름 맨 앞에 적힌 ‘애국’은 이제 전주시 내 어디서나 꽃을 피운다.

영원히 피어날 무궁한 마음

김방섭 회원이 처음 꽃씨를 심은 지 벌써 10년이 지난 지금, 서곡 근린공원은 쓰레기 매립지였던 예전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매년 때가 되면 회원들은 공원에 씨앗과 묘목을 심고, 자라면 키우며 보듬는다. 봉사단원들이 공원에 심는 것은 무궁화, 구절초, 상사화 등 우리 꽃이다. 특히 무궁화는 배달계(소월), 백단심계(선덕), 아사달계(아사달), 자단심계(칠보), 적단심계(불새), 청단심계(파랑새) 등 순수 전통 꽃 6종만을 심는다. 또 공원 안에는 무궁화의 유래와 특징 등을 적은 설명 판을 세웠다. 인근 초등학생들에게 무궁화에 관한 교육도 한다.
주인공이 무궁화를 가리키는 사진 주인공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진
“무궁화는 6종의 순수 전통 꽃과 계량종이 있어요. 사람들에게 진짜 우리 꽃을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어서 공원에는 우리 전통 꽃만 심어요. 삭막했던 공원이 오늘날 우리나라 꽃의 아름다운 색으로 채워질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이 힘을 보태주신 덕분입니다. 참 감사합니다.”
김방섭 회원의 말처럼 무궁화동산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산림청과 무궁화연대는 전통 꽃을 얻을 수 있도록 자문해주었고, 시의원과 푸른운동본부는 400여 주의 전통 꽃 묘목을 기증해주었다. 지자체와 기관에서도 도움을 주어 서곡 근린공원과 홍산로, 문학대공원에 1500여 주의 무궁화를 심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모이는 마음이 많아질수록, 무궁화가 심어지는 땅도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김방섭 회원과 단원들도 무궁화 품종을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해 심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 꽃을 알리기 위해 대로변 가로수로 무궁화를 심는 일도 계속할 것이다. 시민들에게 무궁화 묘목을 무료로 보급하는 일도 계획하고 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우리 꽃을 볼 수 있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지게차 끄는 사진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이라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스스로 물어보세요. 내가 어떤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행복을 느끼는지 생각해보는 것이죠. 저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이 가장 큰 행복을 얻을 방법은 봉사라고 믿습니다. 행복하니까 계속 봉사를 해나갈 것이고요.”
프랑스 단편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 속 노인이 황무지에 도토리를 심을 때는 아무도 미래를 그릴 수 없었을 것이다. 오직 한 사람, 나무를 심은 노인을 제외하고. 오늘날 김방섭 회원과 봉사단원들이 가꾼 공원이 훗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렴풋이 예상할 수 있다. 이 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당연하고도 또 즐겁게 ‘세상 모든 꽃 중에 우리 꽃이 가장 아름답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케이 로고 이미지

은퇴 후에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재능을 기부하며 역동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의미 있는 인생 이모작을 실현하고 있는 회원님을 추천해주셔도 좋습니다. 「The-K 매거진」 지면에 담아 많은 회원님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를 전해드리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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