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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방방곡곡 숨은 명소

함안

환하게 피어난 가을날의 꿈

악양루(함안군청 제공)
악양둑방에 소금꽃처럼 하얀 메밀이 꽃을 피우면 계절이 교차하기 시작한다. 파란 하늘을 거울처럼 반영한 남강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느덧 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고, 가을이 찾아온 옛 아라가야의 땅 곳곳이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경남 함안군의 추색을 좇아 달려가 볼까?

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 제공 함안군청, 성우항공

우인재 작가는 10여 년간 출판사에서 여행 콘텐츠 기획 및 취재를 담당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 가이드북 로스앤젤레스 편을 비롯해 대한생명, 교보생명, 외환은행 등 보험·금융사 고객용 여행 가이드북 기획 및 제작에 참여했다. 또한 월간 「DOVE」, 「모터트렌드」 등의 매체를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롯데백화점, 조달청, 롯데제이티비, LS전선 등의 사보에 여행, 드라이브 원고를 기고했다. 현재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악양둑방길에 만개한 가을꽃

고대 여섯 가야국의 하나였던 아라가야의 땅 함안군. 유유히 흐르는 남강 줄기처럼 고요하게만 느껴졌던 경상남도 중남부의 함안군이 요즘 전에 없던 활기로 가득하다. 악양둑방의 화사한 꽃길이 여행자들의 인증사진 명소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만개한 꽃양귀비와 수레국화가 새봄의 문을 열었던 그 자리에 지금은 소금꽃처럼 하얗게 피어난 메밀과 새빨간 천일홍, 그리고 가을 우체부 코스모스가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함안군은 낙동강과 남강의 범람으로 인해 예부터 지속적인 홍수 피해를 겪었다. 함안 군민들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20여 곳이 넘는 곳에 둑을 쌓았는데 법수면 주물리 일원의 악양둑방 역시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쌓은 치수 시설의 하나라고 한다. 이 같은 둑 주변은 보통 유휴지처럼 여겨지게 마련인데 함안군이 바로 이곳 악양둑방에 계절마다 다른 꽃씨를 파종하기 시작하면서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악양둑방 천일홍 악양둑방 천일홍
끝도 없이 이어지는 꽃들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면 원두막과 알록달록 색칠한 작은 의자들, 함안군의 상징인 수박 조형물 등이 눈에 띈다. 군데군데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훌쩍 키가 큰 미루나무는 따가운 가을 오후의 햇살을 피해 쉬어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넉넉한 그늘을 드리워준다. 둑 위로 난 산책로 주변에 코스모스를 가득 심었을 뿐 아니라, 입구에 설치한 커다란 풍차가 이국적인 정취를 연출한다. 악양둑방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러한 조형물들이 호수처럼 잔잔한 남강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안온하고 평화롭다는 느낌으로 가득하다.
악양둑방 코스모스 악양둑방 코스모스
입곡군립공원 입곡군립공원

경비행기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볼까?

악양둑방은 때때로 관광객들을 태우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경비행기 활주로로 이용되기도 한다. 성우항공은 이곳에서 10년 넘게 경비행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비행기는 활주로 거리가 짧을 뿐 아니라 하늘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어 짜릿한 느낌이 배가 된다. 강변 둔치를 내달려 순식간에 하늘로 올라간 경비행기는 보통 체공 시간이 15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로 1시간은 족히 걸리는 남해안까지 불과 몇 분 만에 갈 수 있을 만큼 빠르다. 만개한 꽃들과 함께 여러 대의 경비행기 중에 특히 붉은 색 기체를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으면 잊지 못할 추억의 인증 사진이 될 것이다.

강변 지형을 자연스럽게 활용한 악양생태공원

악양둑방길을 따라 동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강 건너 깎아 지른 듯한 암벽 위에 세워진 전통 정자인 악양루(岳陽樓)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리산 천왕샘에서 발원한 남강은 진주, 의령을 거쳐 함안까지 흘러온다. 낙동강과 함께 경남 지역의 젖줄인 남강은 대지를 적시며 곳곳에 아름다운 풍경을 빚어놓았다. 대표적인 남강변 절경으로는 진주의 촉석루와 함안의 악양루가 꼽힌다. 함안군 대산면 서촌리의 강변에 위치하는 악양루는 이처럼 절묘한 입지 덕분에 정자에서 바라본 풍광 또한 기막히게 아름답다. 수수한 형태의 팔작지붕 아래 앉으면 이 정자의 이름을 중국의 명승지인 ‘악양’에서 따온 이유 또한 이해가 갈 것이다. 악양루는 한국전쟁 이후 한 차례 복원하였으며, 1963년 다시 보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악양루로 직접 가보길 원한다면 악양생태공원까지 자동차로 이동한 뒤 절벽을 따라 놓인 탐방로를 따라 걸어가면 된다. 악양생태공원은 악양둑방길과 마찬가지로 전국 최장 길이로 알려진 함안군 대산면 일원의 둑 옆에 조성된 공원이다. 강변의 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생태문화 공간인 악양생태공원은 습지와 연결되어 자연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야외 공연장과 어린이 놀이 시설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으며, 다채로운 야생화와 더불어 핑크뮬리 등도 심었다.
경비행기(성우항공 제공) 경비행기(성우항공 제공) 악양생태공원 악양생태공원 악양생태공원 악양생태공원
또한, 꽃밭과 핑크뮬리 군락지 곳곳에는 인증사진 촬영 장소도 따로 만들어 방문자의 편의를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이곳에서 악양루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어, 발아래로 푸른 강물이 펼쳐지는 강변 나무다리 탐방로를 거닐며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입곡군립공원, 협곡 사이에 물들어가는 가을빛

군청이 위치하는 가야읍을 기준으로 동쪽에 자리 잡은 입곡군립공원으로 가면, 본래 농업용수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입곡저수지가 있다. 그 주변에 조성한 입곡군립공원은 매년 봄이면 호반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변이 벚꽃이 만개하는 꽃 나들이 명소가 된다. 둘레가 4km에 달하는 저수지는 폭이 좁은 협곡으로 이루어져 있어 가을에는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저수지에 반영되며 아름다운 추경을 선사한다.

군립공원 내에는 함안군이 운영하는 아라힐링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아라힐링카페는 하늘자전거와 무빙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체험형 관광시설로, 특히 무빙보트의 경우 가운데에 테이블이 있는 원형 보트라 마치 움직이는 수상 카페를 체험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입곡군립공원 입곡군립공원
무진정 무진정

SNS 명소로 거듭난 조선 시대 정자

이번에는 함안 읍내에서 멀지 않은 함안면 괴산리의 무진정(無盡亭)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무진정은 이 땅의 옛사람들이 풍류를 즐기기 위해 지어 올린 수많은 정자의 하나이다. 조선 시대 중종 임금 때 사헌부 집의 겸 춘추관의 편수관을 역임한 조삼 선생의 덕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건립한 무진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은 건물이다. 가운데 온돌방을 두고 사방으로 툇마루를 둘러 사계절 언제든 주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나지막한 담장으로 둘러쳐진 무진정은 산처럼 커다란 바위 언덕 위에 올라 앉아 있고, 그 앞으로는 제법 큰 연못이 위치한다. 바로 이 연못이 악양둑방길과 함께 함안에서 요즘 가장 화제의 장소로 꼽히고 있다. 연못에 닿을 듯 말 듯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왕버들이 연못 중앙과 주변에 버티고 서있는데, 한가운데 위치한 송정루까지 이어지는 두 개의 돌다리가 바로 인증사진 명당이라고 한다. 어느 곳에서든 사진으로 담아도 아름답지만 퇴색해가는 왕버들을 배경으로 가을 심상을 듬뿍 담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무진정 일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카페 ‘무진’ 역시 SNS에 자주 등장하는 명소다. 2층 건물로 된 카페는 연못 쪽으로 통창을 내어 비가 내리는 날에도 여유롭게 창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커다란 창문은 그대로 액자가 되고, 그 안에 담긴 무진정은 마치 산수화처럼 펼쳐져,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진귀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무진정 무진정

한우국밥과 어화 밥상, 말랑한 곶감

  • 한우국밥

    (함안군청 제공)

    한우국밥

    요즘 함안군을 대표하는 1등 음식은 한우국밥이다. 맛집 탐방을 주제로 하는 TV 프로그램에 함안면 북촌리 일원의 한우국밥촌이 소개되면서 품질 좋은 한우를 넣어 끓인 한우국밥이 스타 먹거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우(암소)의 등뼈와 사골을 반나절 이상 뭉근하게 고아낸 진한 국물에 한우의 양지머리, 등심 등 고기를 넣고 채소와 특제 양념을 넣어 국물이 충분히 우러날 때까지 푹 끓이면 함안 대표 음식인 한우국밥이 완성된다. 국물은 빨갛지만, 생각보다 맵지 않고 담백한 맛이 특징으로 입안에 씹히는 고기의 쫄깃한 식감이 좋다. 가장 유명한 식당은 백종원이 다녀갔던 ‘대구식당’이지만 면사무소가 위치한 함안면 북촌2길로 접어들면 ‘대구식당’을 비롯해 한우국밥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 어화 밥상(연근 한식 상차림)

    (함안군청 제공)

    어화 밥상(연근 한식 상차림)

    함안에서 나는 연근은 맛이 좋고 아삭한 식감으로 유명하다. 바로 이 연근과 함안 특산물인 곶감을 이용한 한식 상차림을 선보이는 식당 ‘사랑채’는 경상남도 농업기술원이 지정한 농가 맛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펼쳐진 여항산 자락에 있는 ‘사랑채’에서는 어화 밥상 외에도 사랑채 밥상, 생선 모둠 구이 정식 등 다채로운 메뉴를 상에 올리고 있다. 정갈하면서도 구수한 음식이 나오면 어느 쪽에 먼저 손을 대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해야 할 정도다. 식후에 대접받는 솔잎 발효차의 향긋한 내음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랑채’는 함안군청에서 자동차로 약 10~15분 거리에 있는 여항면 내곡리의 한적한 국도변에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로 약 10~15분 거리에 있는 여항면 내곡리의 한적한 국도변에 자리하고 있다.
  • 함안 곶감

    (함안군청 제공)

    함안 곶감

    때 묻지 않은 청정 자연 속에서 자란 깨끗한 감을 잘 손질해 자연 건조한 함안 곶감은 오래전부터 함안 지역의 특산품으로 유명했다. 이미 조선 중기부터 임금 상에 올라 왕실 진상품의 전통을 이어온 함안 곶감은 수백 년이 흐른 지금도 맛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함안면 파수리의 곶감이 대표적인데 곶감 안에 씨가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명절 때나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잔칫상에 올리는 수정과에 넣어 먹기도 하지만 한의학 재료로 쓰일 정도로 몸에도 좋다고 한다. 함안 농가의 정성 어린 손길이 더해져 완성된 곶감은 다 마른 후에도 부드러움을 유지하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넣으면 마치 꿀처럼 풀릴 정도라고 한다. 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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