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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너머 꿈

교육 연극으로 아이들과 교감하는 대전교사연극모임 ‘연노랑’
‘너를 연기하고, 나를 배운다!’

대전 용전초등학교 박혜인 교사, 대전 대양초등학교 김현아 교사, 대전 대암초등학교 송도 교사

연극은 놀이다.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놀이. 행동부터 속마음까지 따라 하는 놀이.
이야기 안에서 한바탕 놀고 나면, 어느새 땀이 나고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그리고 배움이 남는다.
잘 놀 줄 아는 사람들, 대전교사연극모임 연노랑의 놀이터에서는 교사도 학생도 꿈도 함께 자라난다.

이성미 / 사진 김 수

주인공들 이미지 대전 대양초등학교에 모인 ‘연노랑’ 3인방
송도 교사 · 박혜인 교사 · 김현아 교사 (왼쪽부터)
주인공들 이미지

연극으로 교육과 사람이 성장하는 이야기

‘팅’ 종이 울리자, 무대 앞으로 나온 배우들이 일순간 표정과 자세를 바꾼다. 누군가는 보자기를 머리에 뒤집어썼고, 누군가는 땅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관객은 이들이 어떤 작품을 연기하는지 유추해 답을 내놓는다. 이때 배우에게는 순발력과 표현력, 작품에 대한 이해력이 필요하고, 관객에게는 상상력과 추리력, 이해력 등이 필요하다. 서로 힘을 발휘하며, 배우와 관객은 하나 된다. 그리고 웃는다. 대전교사연극모임 ‘연노랑’은 교사들이 즐겁게 연기하고 즐기는 놀이 방법의 하나이다.
“저희는 ‘연극’을 매개로 모인 교사들이에요. 하지만 각자 참여 이유는 달라요.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극을 교실 안에서 활용해보고 싶다고 하고, 누군가는 연극부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에 도움을 받고 싶다고 해요. 또 누군가는 그냥 여기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서 와요. 정리하면, 교육이 목적일 수도 있고, 놀이가 목적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떤 목적이든 상관없어요. 교사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욕구를 충족하는 것만으로도 수업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모임의 회장 박혜인 교사의 설명이다. 목적이 다르듯 속해 있는 학교도, 나이도, 성별도 다르다. 20대부터 50대까지, 대전과 충남·세종에서 근무하는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중심으로 활동하는 모임이다. ‘연노랑’이라는 이름은 ‘연극으로 놀앙’을 줄인 말. 이름 자체에서도 즐거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연노랑’ 앞에 ‘대전교사연극모임’이라는 정체성이 붙듯 그들은 교사로서 연극을 연구하고 또 배운다. 2017년 공개 모집을 통해 단원을 꾸린 그들은 벌써 5년째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현아 교사는 “‘연극을 수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함께 극을 만들어요. 특히 박혜인 선생님이 수년간 연구하면서 쌓은 비결을 아낌없이 나누어주고 계세요”라며 창단 멤버이자 회장인 박혜인 교사에게 공을 돌린다.
“우리가 하는 활동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교육연극이란 ‘교육이나 인간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연극적인 수업과 활동’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Drama in Education(DIE), 미국에서는 Creative Drama나 Process Drama 또는 Theatre in Education(TIE)이라고 부릅니다.
주인공들이 다채로운 표정을 연출하는 모습 이미지 연극인답게 다채로운 표정을 연출해준 교사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연극’이라고 하는데, 정의와 방법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있지만, 즉흥성과 상상을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현재 ‘연노랑’에서는 연극놀이(Creative Drama)와 과정극(Process Drama)을 주로 연구하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박혜인 교사의 보충 설명이다.
주인공들이 다채로운 표정을 연출하는 모습 이미지

무엇이든 시도한다, 어디서든 무대가 된다

박혜인 교사와 단원들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 연극을 만든다. 예를 들어 음악을 주제로 하면, 하나의 음악에 관련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거기서 극적 요소를 뽑아낸다. 세상은 넓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연극이 된다.
넘치는 상상력과 연기력을 바탕으로 2019년 겨울, ‘연노랑’은 대전의 한 소극장에서 창작극을 선보였다. 당시 얼마나 인기가 높았는지, 좌석이 없어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꼭 다시 창작극을 공연해보자’라고 다짐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연기됐다. 대신 그들은 온·오프라인으로 학생들과 다양한 무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코로나 19가 확산하면서 교실 안에서 그룹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생겼어요. 반면 온라인에서는 더 풍성하게 무대를 꾸밀 수 있게 되었어요. 화상회의 앱을 활용하면, 배경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고, 화면을 껐다 켰다 할 수도 있거든요. 극적인 효과를 주니까 학생들이 수업에 더욱더 집중하더라고요. 한 화면에 친구들 얼굴이 다 나오니까, 동작을 따라하거나 단체로 퀴즈를 풀기에도 좋아요. 교실에서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육연극을 활용할 수 있는 과목은 매우 다양하다. 국어, 영어, 사회, 도덕 등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연극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일례로 사회 과목을 배우면서 학생들은 독립운동가가 되어보기도 하고, 소상공인이 되어보기도 한다. 법이 생겨나기까지 과정을 상황극을 통해 쉽게 익히기도 한다.
“사회 시간에 아이들과 독립운동가를 연기해본 적이 있어요. 제가 순사 역할을 하고 아이들이 독립운동가가 되었죠.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편지를 써보라’고 임무를 줬어요. 그랬더니 ‘나는 내 가족과 민족을 위해, 큰일을 이루고 간다’라며 비장한 표정으로 편지를 쓰더라고요. 몇몇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요. 독립운동가가 어떤 마음으로 싸웠는지 이해한 것이죠. 그것만으로도 저는 큰 교육 효과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교과 지식을 익히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에도 연극은 좋은 도구가 된다. 연극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선 각자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만 한다. 배우든 스태프든, 배우 중에서도 주인공 역할부터 가만히 허리를 숙이고 있어야 하는 의자 역할까지, 중요하지 않은 역할은 없다. 따라서 학생들은 연극을 준비하면서 책임감을 배우고 서로의 소중함을 익히며 협동심을 체득한다. 물론 늘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론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한 번은 극단 내 교사들과 합을 맞추고 시연해보았던 방법을 교실 안에서 똑같이 하려는데, 아이들은 놀이 방법을 이해하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성인과 아이들의 이해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하지만 실패라고 할 순 없었다. 다음부터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구상한 교육 콘텐츠가 교실 안에서 100% 효과를 발휘할 순 없더라도, 그들은 “‘무엇이든 시도해본 교사’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교사’는 다르다”라고 믿는다.

우리 인생은 연극과 같다

“왜 하느냐?” 물으면 대답은 간단하다. “좋다!” 교육연극이 교실에서 거두는 효과와 장점을 따지기 전에, 이미 교사들이 교육연극을 통해 얻는 기쁨이 매우 크다. 때론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초등학생처럼 무아지경 상태로 놀아보기도 하고, 때론 사춘기 청소년처럼 뭐든 반대로 해보기도 한다. 무엇이 되어보든 새롭고 즐겁다. 또 무엇이 되어보든 즐거울 수 있는 이유는 연극에는 경쟁이 없기 때문이다. 정답도 없고, 최선과 차선도 없어서 그들은 자유롭게 무대 위에서 웃고 떠들고 어울릴 수 있다. 그리고 이 즐거움을 학생들에게 나누어준다.
김현아 교사의 교실 안에서 연극은 아이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다. 김현아 교사는 “수업에서는 연극 자체가 목적이 되기보다는 도구로써 이용됩니다. 특히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데 효과를 크게 발휘해요. 살아가면서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은 고민을 함께해보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 연극은 참 좋은 도구입니다”라고 말한다.
또 송도 교사의 교실 안에서 연극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다. 그는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이들은 관심을 두려 하지 않아요. 하지만 사회문제와 연극을 결합해 시연하다 보면 아이들은 저절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고,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지?’를 고민할 것입니다. 저는 연극을 그런 도구로 이용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우리 인생은 연극과 같다. 우리는 날마다 새 무대로 나가서 사람들과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일들을 벌인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내가 마음껏 할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 모두의 인생이 그러하듯 ‘연노랑’ 소속 교사들이 내일 어떤 무대를 꾸밀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그들은 변함없이 주인공이자 스태프이자 관객으로 학생들과 함께 ‘인생’이라는 찬란한 무대 위에 설 것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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